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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여러 번 대선을 취재했지만 20대 대통령 선거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한 선거는 처음이다. 아직도 붙었다 떨어졌다 반복하던 텔레비전의 개표 자막이 눈에 선하다. 역대 최근소 차인 24만7천여 표에, 득표율 0.73%p 차이. 이긴 쪽에선 기대에 못미쳐서인지 누구의 '덕'이냐, '탓'이냐를 놓고 공방이 나오는 사이, 진 쪽에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자위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흔히 축제라고 하는 선거는 이렇게 끝났다. 승패를 인정하고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 아슬아슬한 결과였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번 대선은 10년의 진보·보수 권력 주기를 5년으로 단축 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주는 의미를 반추하며 정권 인수를 착착 진행해야 할 때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간 유세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외쳤다. 강직한 정의파 검사 출신답게 공정과 상식을 얘기했다. 중반 이후에는 '공직자는 국민이 시키는 대로 머슴이 돼야 한다'는 이른바 '머슴론'도 들고 나왔다.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독선'과 '내로남불'로 점철된 현 정권을 저격한 발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세현장은 뜨거워졌고, 치열한 만큼 사람도 많이 몰렸다. 메시지도 점차 강해졌고 '0선'에 8개월짜리 정치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과 호소력이 있었다. 선거 초반 수원 지동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 때는 자체 추산 2만명이 모여 수원이 들썩했다. 동북부지역인 남양주 유세장에는 역대급 청중이 몰려 당 관계자들마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이재명 후보 유세에도 인파가 많이 몰렸지만, 승자는 윤 당선인에게 돌아갔다.

尹 당선인, 역대 최근소 표차로 '대선 승리'
서울에선 이겼으나 경기·인천 지역에선 져


이제 승자는 결정됐고 표 차이를 얘기해서 무엇하랴. 이유 없는 무덤 없듯 결과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선거 때 약속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시간이다. 선거 때 약속한 '머슴론'을 실천하고 정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데 몰두해야 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인천지역에 한 약속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기대된다. 크고 작은 약속을 많이 했지만 먼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확대와 신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실천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내주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역 공약을 점검하고 국정과제에 포함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우선순위와 관심도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1기 GTX(A·B·C) 노선을 연장하고 2기 GTX(D·E·F) 3개 노선을 추가해 수도권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만들어 수도권 30분 출근시대를 만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은 대표 공약이기 이전에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고 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묘책으로 보인다.

특히 GTX 역세권에 콤팩트 한 도시를 만들면 서울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 안정화를 앞당길 수 있고,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밀려 내려온 3040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GTX·1기신도시 재건축·수도권매립지 등
최소한 약속한 대표 공약 로드맵 만들어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군포·중동)에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인수위에서부터 국정과제로 반영해 놓아야 임기 내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수도권 2천500만 인구와 관련성이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문제도 더는 방치해서는 안된다. 임기내에 대체 부지를 결정하기로 공약한 만큼, 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가 국정과제로 풀어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서울에서는 이겼으나 경인지역에서 패해 '아픈 손가락'이 됐다. 내주부터 인수위가 돌아가면 금세 대통령 취임식을 하게 되고 3주 후면 다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경기도에서 5.32%p, 인천에서 1.86%p 차를 만회하기 위해선 수도권 민심을 아우를 거대담론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선거 때 약속한 대표 공약에 대한 로드맵은 만들어야 윤석열 정부 초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