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비대해진 청와대 권력을 내려놓기 위해 '힘빼기'에 나섰다. 집무실을 청와대가 아닌 곳으로 정하고 있는 가운데 수석비서관실 개편에도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 제왕적 폐해 시정, 권력 내려놓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비대해진 청와대 권력을 내려놓자는 취지다. 그간 청와대 수석이 각 부처 장관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사실상 정책 수립과 결정 등에 핵심이었던 국정운영 방식을 대전환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에선 현재의 8개 수석실(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수석비서관, 일자리·경제·사회수석비서관)에 대한 축소·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간 수석들이 장관 이상 권한…
청와대 조직 자체 '슬림화' 취지
당초 공약한 민정수석실 폐지,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폐지, 청와대 인원 30% 감축 등과 함께 청와대 조직 자체를 슬림화한다는 취지를 살려 수석비서관 100% 폐지와 함께 축소·개편에 대한 검토도 인수위 내에서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은 모두 없애되, 비서관만 남겨 두면 역할과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정책특보와 고문도 추가 발표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이었던 강석훈·김현숙 전 의원을 정책특보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정책 파트를 담당, 윤 당선인의 경제 공약 밑그림을 그렸다. 정무특보로 발탁된 장성민 전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DJ)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강석훈·김현숙 정책특보 발탁도
지난해 8월 국민의힘에 입당, 대선에 출마했으나 예비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고 이후 윤 당선인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고 윤 당선인을 도왔다. 새로 발표된 7명의 특별고문 인선을 보면 MB(이명박)계 기용이 두드러진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실장과 'MB의 입'으로 불렸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특별고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고양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도 고문으로 활동하게 돼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경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일반 식당서 '김치찌개' 오찬
=윤 당선인은 이날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에서 '김치찌개 오찬'을 했다. 애초 이날 예정됐던 청와대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이 미뤄지면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했다.
일반 시민들도 식당 내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중이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운영과 향후 국정 기조를 같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근처 김치찌개 식당으로 이어졌다"며 "국민이 있는 현장 속으로 가서 실제 눈을 맞추고 어루만지는 행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20분가량 오찬을 마치고 경복궁역 인근을 산책하고, 900m가량 걸으면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거나 셀카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