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소각장 노동자들의 발암물질 수치가 고엽제 피해자인 베트남전 군인의 3배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 치명적인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건강을 위협받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경기도 생활폐기물 소각장 노동자들이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달 초 전국환경시설노조와 기본소득당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서울지역 일부 소각장과 소속 노동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작업환경을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소각장 노동자에게 노출된 혈중 다이옥신 농도는 월남전 참전용사가 겪은 고엽제 수치보다 높았고, 일부는 그 수준이 3배에 달했다. 여러 암과 기형·후유증을 일으키는 유독 화학물질 다이옥신의 검출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또 소각장 내부 공기에서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4배가 검출됐다. 소각장 노동자의 30.9%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동안 소각장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다이옥신에 대한 주민 영향 평가 등 규제와 모니터링이 이어졌으나, 소각장 내부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소각장 노동자들이 매년 받는 특수건강검진에는 몸속 다이옥신 축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없었고, 1년에 2번 진행되는 작업환경측정 항목에도 다이옥신은 없었다. 그런 무관심 속에 소각장 노동자들 몸에는 발암물질이 쌓였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도내에는 총 26곳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이 있으며 각 지역 소각장에는 평균 30~50명 가량 근무하고 있다. 길게는 29년부터 짧게는 8년째 가동 중인 도내 소각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라고 결과가 다를 수 없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사업주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발암물질 노출이라는 두려움에 떠는 소각장 노동자들이 외치기 전에, 도내 각 사업장에 위해요소가 존재하는지, 소각장 노동자들 몸속에는 다이옥신이 얼마나 있는지 정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도는 소각장 노동자들의 전수조사 요구에도 각 지역 소각장 관리 업무는 시·군 몫이라며 추후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명이 달린 문제에 너무 태평하다. 심각한 직업병 문제가 다시 드러나야만 움직이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