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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되면서 기존 중고차 매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수원의 한 자동차 매매단지. /경인일보DB

현대차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길이 열리면서(3월21일자 12면 보도=중고차 판로 뚫린 현대차… 용인 고매동서 액셀 밟는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 뿐 아니라 정비·도색 등 관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가 자체 서비스센터와 협력업체에만 중고차량의 정비, 도색업무를 맡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7일 현대차가 발표한 중고차 시장 진출 밑그림을 보면 출고 5년, 10만㎞ 이내 자사 차량을 매입해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한다는 게 주내용이다.

현대차는 차량 정비 및 수리와 관련해 직영 서비스센터 및 협력업체인 '블루핸즈'를 두고 있다. 전국 블루핸즈 가맹점만 1천400여개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위해 정비나 도색 작업 등을 진행하고 차량을 구매자 등에게 탁송할 때 자체 인프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소식에 기존 정비·도색 업계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덩달아 깊어진 이유다. 


현대차 등 직영서비스센터·협력업체 구비 '자체 인프라' 활용 가능성
"기존 매매업체 취급 매물 줄어…" 관련 자영업자 연이은 타격 우려


21일 안양의 한 자동차 정비사업소에서 만난 A씨는 "우리는 수원에 있는 중고차 상사와 거래를 한다. 상사에서 판매할 중고차량을 우리 정비소로 보내면 도색 등의 수리를 한 후 수원으로 탁송한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거래하던 기존 중고차 매매 업체들이 취급하는 매물이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같은 소규모 정비 업체들도 타격을 받는다. 더 힘들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탄식했다.

수원 평동에서 20년 넘게 정비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B씨의 고심도 깊다.

같은 날 만난 B씨는 "여긴 이미 포화상태다. 서로 단가를 낮추는 등 제 살 깎아 먹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더 심해질 것"이라며 "대기업이 진출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게 기존 중고차 딜러들이다. 중고차 딜러들이 힘들어지면 우리도 피해볼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현대·기아차를 시작으로 한국GM, 쌍용, 르노코리아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점도 관건이다. 이들 역시 자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에 대한 정부측 사업 조정 심의가 끝나지 않은 점은 변수다. 올해 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오전 11시 시·도 조합 전체 회의를 소집해 강력 대응을 결의했다.

지해성 연합회 사무국장은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결정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현대차 독과점 체제로 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모든 자원을 활용해 강력히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