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인계동에서 여행하우스를 운영하는 길태은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후 지난 2년간 진 빚만 2억원에 달한다. 직원들은 진작 퇴사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전망이 암울했다. 그러나 최근 길 대표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21일 이후 2년간 전무하다시피 했던 해외여행 예약 상담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2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해외 입국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그동안 사경을 헤맸던 여행업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매출이 바닥을 쳤던 경기지역 여행사들도 웃음을 되찾는 모습이다.
여행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각국이 저마다 문을 걸어잠그고, 정부가 해외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자 예약은 뚝 끊겼고 여행사들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대출을 받아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만 했다.
폐업한 곳도 줄줄이 늘어났다.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페업한 여행사는 1천400곳에 달한다.
백신 접종 해외입국자 격리 면제
전주대비 상품 예약자 93.7% 증가
면세업계도 이벤트 등 손님 맞이
그러나 이번 주 반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21일부터 해외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한 것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정부가 해당 지침을 최초로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해외여행 상품 예약자는 3천200명으로, 전주에 비해 93.7% 증가했다. 항공권 예약자도 같은 기간 7천명 가량으로 전주 대비 60.7% 늘었다.
경기지역 여행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길 대표는 "정부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는 여행사에겐 영업정지 조치나 다름 없었다. 격리 해제로 우리로선 영업정지 조치가 풀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환영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에 없이 거센 만큼, 당장 매출 증가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모습도 있었다.
수원 지동에서 세운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순길 대표는 "자가격리 면제 조치는 여행업계에 호재인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그 전에 없던 상담 예약이 늘긴 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조심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말까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면세업계도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5월 1일까지 5천달러 이상 구매하는 내국인 고객에게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최대 96만원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VIP회원에게 한도 200만원의 백화점 세일리지 7%, 무료 주차 3시간권 등을 제공한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