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파주시 조리읍의 한 식품공장 기숙사에서 난 불로 잠을 자던 인도 국적 A(46)씨가 목숨을 잃었다. 기숙사란 곳은 가설건축물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컨테이너(2월23일자 7면 보도=[뉴스분석] 파주 식품공장 화재… 인도 국적 A씨 사망)였다. 인도에 6살 딸이 있는 A씨는 눈을 감고서도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훼손이 심했던 A씨의 시신은 충북 충주시의 어느 묘지에 묻혔다. A씨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 이후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A씨의 죽음은 생전 그의 모습처럼 컨테이너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밖에 개 목소리 듣고 불 난 거 알았어요. 반바지만 입고 밖으로 뛰어 나갔어요."
광주시 도척면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국적의 B(33)씨는 지난해 8월 공장에서 난 불로 하마터면 큰 화를 당할 뻔했다. 새벽 시간대 공장 건물에서 시작된 불이 그가 혼자 머물던 컨테이너 기숙사까지 옮겨붙은 것이다.
B씨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 없던 최악의 상황에서 그를 도운 건 시뻘건 불길을 보고 놀라 짖던 개였다.
B씨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컨테이너 기숙사에 살고 있다. 그는 컨테이너에 살며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퇴근 시간 이후 가로등 하나 없이 온통 어둠뿐인 공장 주변에서 빛을 내는 건 B씨가 기거하는 컨테이너뿐이다. 홀로 있다는 무서움과 외로움, 불이 났을 때처럼 긴급한 상황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을 그는 매일 느낀다.
'3년째 가건물 거주' 방글라데시인
부엌·화장실 없는 추운 공간서 지내
회사에 매달 일정금액 '숙박비' 지급
불편함을 자아내는 일상은 올해로 컨테이너 생활 3년 차인 B씨에게도 아직 낯설다. 기숙사 내부에 화장실과 샤워실은 당연히 없다.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부엌도 없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도 어려움이 뒤따른다. 추위와 더위는 기본 옵션이다.
최근 방문한 그의 기숙사는 집보다 '창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양말 안까지 냉기가 파고드는 얼음장 같은 바닥과 용처를 알 수 없는 팰릿까지, 집이 주는 안락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B씨는 "작년에 난 불로 한동안 원룸에서 산 적이 있다. 월세는 회사랑 반반씩 냈다. 지금은 컨테이너로 돌아왔지만 가능하다면 화장실과 부엌이 있는 원룸에서 다시 살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B씨는 컨테이너에 사는 대가로 매달 일정 금액의 숙박비를 회사에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따라 사업주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임시 주거시설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해도 숙박비를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목사)는 "130만 이주노동자의 주거시설 상당수는 불법 가건물로,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시설"이라며 "그런 곳에 살다 화재로 죽을 뻔해도, 고용허가제 탓에 사업장(직장)을 옮길 자유가 제한된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열악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