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수원의 한 시멘트 공장.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공사 차량들이 시멘트를 싣기 위해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공사장에 필요한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차량으로 늘 혼잡한 곳이지만, 최근 들어 더 붐비는 모습이다.
시멘트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자 건설현장에서의 '시멘트 대란' 공포가 커지면서부터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수도권지부가 지난 24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현장 분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와 시멘트 업계간 갈등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시멘트 대란'의 원인을 두고 서로 엇갈린 분석을 내놔서다.
국토부 우크라 사태 따른 '러시아 수입 유연탄 값 상승' 탓 주장에
협회측 "설비보수로 일시 생산 감소… 가격상승 막을 명분" 반박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연탄 가격의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주원료로 70%가 러시아에서 수입되는데, 현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시멘트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0일 "최근 국제적인 유연탄 수급난 속에 시멘트 생산 차질과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건설공사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시멘트협회 측은 유연탄 가격 상승과 이번 시멘트 대란이 무관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동절기마다 정기적으로 설비 대보수를 시행하는 점 등이 맞물려 일시적으로 생산이 감소한 것뿐이라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지금 생산하는 시멘트에 쓰이는 유연탄은 지난해에 들여온 것이라 우크라이나 사태와 현 상황은 관계가 없음에도, 정부가 유연탄 문제를 원인으로 거론하는 것은 시멘트 가격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는 해마다 건설현장이 본격 가동되는 봄철 성수기에 앞서 12월~3월 중 생산 설비 대보수를 시행한다. 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친환경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 공사로 일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시멘트의 유연탄은 이미 지난해 들여온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1일 정부는 시멘트·레미콘 제조업계 및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멘트 대란'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고 해결책을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