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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인천테크노파크가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명칭 변경을 들겠다. 인천테크노파크 옛 명칭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다. 2016년 인천테크노파크,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인천정보산업진흥원 등 3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이름이다. 3개 기관의 명칭 일부를 조합해 만들다 보니 길어졌다. 명칭이 너무 길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2019년 3~4월 이사회 의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승인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3개 기관이 통합한 지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인천테크노파크 옛 명칭을 보면 1970·80년대 개그 유행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 생각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었다. 명칭 변경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새 명칭이 두루 쓰이지 않는 사례도 있다. 우리가 남동국가산업단지(인천 남동구 남촌동·논현동·고잔동 일원)라고 부르는 곳의 브랜드 명칭(애칭)은 '남동인더스파크'다. 남동인더스파크는 수도권에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을 한데 모으기 위해 조성됐다. 1980년 7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조성계획이 확정됐고, 1985년 4월 3개 단계로 나눠 공사가 시작됐다. 1단계 1989년 12월, 2단계 1992년 6월, 3단계는 1997년 2월 완료됐다. 조성 초기에는 남동공단(남동공업단지 약칭)이라 불렀는데, '공단'이라는 단어가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내는 '굴뚝 산업'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와 남동국가산업단지로 바꿨다. 이를 '남동산단'이라 줄여 쓰거나 부른다. 남동인더스파크라는 새 명칭을 얻은 건 2011년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의 회색 이미지를 탈피하고 단지별 특색을 드러내고자 남동 등 주요 국가산업단지의 브랜드 명칭을 선정했다. 이후 단지 내 교량에 '남동국가산업단지 새로운 이름, 남동인더스파크'라는 홍보 문구를 설치하고, 한국철도공사를 통해 수인분당선 역명에도 넣었지만, 여전히 남동산단이란 명칭이 쓰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남동인더스파크라는 명칭은 찾아보기 어렵다. 


3개 기관 통합 인천테크노파크 개명 잘한 일
정체성 담긴 남동인더스파크·국제도시 3곳


인천시는 검단일반산업단지(인천 서구 오류동 일대) 명칭을 '뷰티플파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단일반산업단지관리공단과 협의하고 있다. 일반산단 이미지·브랜드 가치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다른 일반산단들의 명칭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에는 '국제도시'라 부르는 곳이 있다. 2003년 8월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영종국제도시다. 원래 이름은 송도지구, 청라지구, 영종지구였다. 송도(2005년)와 청라(2011년)에 국제도시가 먼저 붙자, 영종 주민들이 "우리도 국제도시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 주민들과 중구청 의견을 수렴해 2018년 10월 영종지구 명칭을 영종국제도시로 변경했다.

인천 미추홀구는 자치구 스스로 명칭을 변경한 사례다. 2018년 남구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등을 고려해 인천의 옛 지명 '미추홀'로 바꿨는데, 정부의 행정구역 통폐합 등이 아닌 자치구가 스스로 개명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인천 서구와 동구도 명칭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언제쯤 지향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속도 내지않으면 이름값 못한다는 지적 받아


명칭은 해당 기관·장소의 기능 또는 정체성과 지향점을 담고 있어야 한다. 또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천테크노파크, 남동인더스파크, 국제도시 삼 형제, 미추홀구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하지만 남동인더스파크와 국제도시 3곳이 언제쯤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 경제자유구역 전략산업 육성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변화와 혁신을 체감하기 어렵다. 속도를 내지 않으면 이름값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는 6월1일에는 인천시장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그동안 인천은 '명품도시' '경제수도' '역동적인 세계도시' '환경특별시' 등 지향점을 담은 수식어가 붙었다. 이는 전·현직 시장들이 제시한 역점 시책이다. 앞으로 4년간 인천시 명칭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도 궁금하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