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찾은 남양주시 이패동 한 야산에는 화재 당시 그을린 나뭇가지들이 굴러다녔다. 야산 주변엔 영농부산물, 비닐류 등을 소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2일 주민이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던 중 불티가 산으로 번져 화재가 발생했다.
한 마을주민은 "병균을 없애기 위해 봄에 부산물을 태우는데, 산 바로 밑에 민가가 많아지며 소각 시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3월말 기준 전년대비 '1.8배' 증가
하루동안 남양주·양평·연천 등 발생
다른 주민은 "농사를 지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소각하면서 실수를 했다고 들었다"며 "헬기도 오고 소방대원들이 많이 와서 금방 꺼졌지, 하마터면 뒷산까지 불이 넘어가 크게 번질 뻔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광교산 등산로 입구. '산불은 한순간, 복구는 한평생', '산불 조심은 산과의 약속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광교산은 지난달 9일 화재가 발생해 축구장 16개 면적이 소실됐지만, 여전히 벤치 밑에는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는 게 산불감시원의 설명이다.
광교산 산불감시원 김영무(77)씨는 "아직도 등산객들이 휴식하는 벤치 밑을 보면 담배꽁초들이 떨어져 있다"며 "산불이 한 번 발생하면 소중한 재산이 망가지고 자칫하면 인명피해까지 발생한다. 산에 갈 때는 인화물질을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목일을 앞두고 경기도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대부분 쓰레기 소각 등 인위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람이 화재를 불러오는 셈이어서 처벌 강화와 불에 내성이 있는 수종을 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는 겨울 가뭄으로 3월 말 기준 산불이 지난해 대비 1.8배나 증가했다.
광교산 벤치 밑 여전히 담배꽁초…
대부분 소각 등 인위적인 요인 탓
전문가 "처벌 강화 등 예방책 필요"
도내 곳곳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에만도 남양주를 비롯 여주·양평·연천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화재 원인은 대부분 쓰레기나 낙엽 등을 태우다 불이 산으로 옮겨붙으며 발생한 실화였다.
최근 10년(2011∼20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4천737건의 산불 중 입산자 실화가 33.6%, 소각 산불이 28.8%, 주택 화재 등 건축물 화재 전이가 5.2%, 담뱃불 실화가 5%, 성묘객 실화가 3.2%로 인재가 75.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 등 산불 확산을 막을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 실화의 경우 징역 3년 이하 3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규정이 있지만, 방화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며 "산불에 의한 피해가 큰 만큼 규정대로 처벌이 내려지게 만들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강원석 박사는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을 강한 수종으로 대체하는 '내화수림' 설치가 필요하다. 문화재 등 특정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시설 주변에 내화수림을 설치해야 한다"며 "특히 3~4월에 산에 인접한 주택가에서 소각을 많이 하는데, 산림청에서 이런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등산객들과 주민들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