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거리는 황금빛 논은 2022년 농부들에겐 마냥 기쁜일은 아니다. 쌀농사가 잘 돼도 소비가 차츰 줄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여 헐값에 떨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의 쌀 생산량은 38만3천t이었다. 지난 2020년 생산량인 34만8천t보다 9.9% 늘었다. 도내 쌀 재배면적은 7만5천㏊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지난해 쌀농사가 풍년이었던 탓에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8만3천t, 생산량 늘어
소비는 매년 줄어 30년새 절반
그러나 쌀농가는 물론 농협에서도 풍년에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쌀 소비가 점차 줄어들다 보니 생산량이 늘어도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57.7㎏) 대비 1.4% 줄었다. 1991년에는 116.3㎏을 소비했는데 매년 꾸준히 줄어 30년새 절반 수준이 됐다. 지난달 말 기준 팔리지 못한 채 경기도내 창고 등에 벼 형태로 쌓여있는 물량은 3천180t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수준이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 3월 하순 들어 쌀 가격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자 전국 산지 쌀값은 20㎏ 기준 평균 4만9천210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쌀 평균가격(5만3천535원)보다 4천325원이 낮아졌다.
대형마트에서도 쌀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에선 4만9천900원에 이르던 대왕님표 여주쌀 10㎏을 13일까지 3만4천900원에 할인판매한다. 마찬가지로 4만9천900원이었던 수향미 10㎏도 2만9천900원에 판매한다.
이달 급락… 시장격리 목소리
道, 수매가 높아 손해 감수도
이에 재고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책정하는 매입 가격이 40㎏ 기준 6만4천원 정도에 거론되면서 평균 쌀수매 가격이 7만원선인 경기도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쌀농가도, 농협도 풍년에 오히려 속이 타들어가는 역설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쌀 판매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어나니 재고는 쌓이고 가격 하락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윤혜경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