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외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60대)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 사업 미팅에 참석했다. 무단외출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감수하기에는 손해가 커 어쩔 수 없었다.
A씨는 "미팅을 자리를 못 나가면 사업상 손해가 너무 컸다. 내가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손해를 보상해주지도 않는다"며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5)씨는 확진된 친구들과 함께 자택에 모여 술을 마셨다. 이씨는 "밤에 휴대폰을 두고 나오면 절대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였다"며 "다 혼자 사는 친구들이었고 사람이 없는 새벽에 각자 집으로 돌아가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자택 모여 음주·출근 요구하는 회사
자가격리 앱 폐지로 무단이탈 적발 어려워
확진 사망자 세계최고 "방역 역주행" 지적
업무 공백을 이유로 자가격리 기간 중 출근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었다. 도내 한 중소기업 직원 박모(50대)씨는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회사에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출근해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고 했다"며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자가격리 장소를 무단이탈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되지만, 지난 2월부터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의 자가격리 앱 사용이 폐지되면서 무단외출을 하더라도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각 지자체는 신고에 의존해 무단이탈을 적발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등 '엔데믹(풍토 병화)'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해당 조치가 코로나 경각심을 무뎌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중단하고 자가격리 앱 사용도 폐지하며 사실상 확진자가 돌아다녀도 상관이 없게 됐다. 재택 방치를 넘어 관리 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러니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인데, 현재 확진자 수도 결코 적지 않다. 일일 확진자 사망자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엔데믹을 준비하겠다는 건 방역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