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 차를 맞아 대상 시·군이 17개로 늘어난 '경기도 농민 기본소득'의 사용처를 두고 도내 농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령 농업인을 고려해 농업 목적으로 사용하기 쉽도록 지역농협 등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사용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데,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란 지역화폐의 목적과 상충하면서 관련 지자체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12일 경기도와 지역농가 등에 따르면 도내 17개 시·군은 현재 농민기본소득 통합지원시스템과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지역 농민으로부터 농민기본소득 신청을 받고 있다. 지역마다 신청기한은 다르지만, 연천·동두천 등은 오는 29일까지 신청받는다.
농민 기본소득은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소득을 개선하고자 경기도와 시·군이 매월 5만원·분기별 15만원씩 총 6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올해 대상 시·군 17곳으로 늘어나… 총 60만원 지역화폐 지급 사업
"농자재 구매처 못 찾아" 불만에 "소상인 매출 증대가 목적" 해명
'가짜 농민'을 선별하기 위해 마을·읍면동·시군 위원회 등 3차에 걸쳐 심사해 지급대상자를 선정한다. 처음 시행한 지난해엔 대상 시·군이 6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천·안성·포천·양평·여주·연천·용인·가평·광주·김포·의왕·의정부·평택·하남·양주·동두천·파주 등 17개 시군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이 사용처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민 기본소득'이지만, 정작 농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역 단위농협에서는 지역화폐를 쓸 수 없어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사료 값과 비료비 등이 전년 대비 일제히 오른 점 등도 한 몫을 한다.
용인에서 만난 한 농민은 "80 넘은 아버지를 대신해 농민 기본소득을 신청했는데, 아버지께 어디로 가서 쓰시라고 할지 막막하다"며 "지역화폐 사용처를 봐도 농자재 구매처를 찾기 어려워 고민"이라고 했다.
경기도 등 지자체는 농민기본소득만 두고 지역화폐 사용처를 별도로 열어주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역화폐 도입 목적에 반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의 매출 증진을 목표로 도입한 경기도 지역화폐는 연 매출 10억 이하 소상공인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선 사용이 제한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농민 기본소득에 대해서만 지역화폐 사용처를 달리한다는 것은 관련 조례 1조에서부터 명시한 목적에 반해, 경기도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지역화폐 발행은 각 시·군 소관이라 구체적인 사용처를 각 시·군에서 정할 수는 있다"고 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