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을 감안해 정부가 2020년 7월부터 건설업체의 공공 입찰 보증금을 하향 조정했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해당 시기에 입찰 보증금을 10%로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컴퍼니의 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높은 보증금을 적용한 것인데, 건설업계에선 과도하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입찰하려는 업체에 입찰보증금을 부여할 수 있다. 낙찰 후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입찰보증금은 입찰금액의 5% 이상으로 책정하게끔 돼 있는데 재난상황 등에선 이를 2.5%까지 낮출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공공 입찰 보증금 최저비율을 2.5%로 조정했다.
최저비율 2.5%로 하향 조정에도
'페이퍼컴퍼니 차단' 10% 적용해
입찰 참여업체 대상으로 사전심사
그러나 경기도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기존 5%였던 입찰보증금을 지난 2020년 8월부터 오히려 10%로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컴퍼니의 입찰을 방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도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전 적격심사를 시행하는데, 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엔 입찰 보증금 납부를 면제하고 있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에는 경우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하고, 낙찰자가 아님에도 입찰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납부하게끔 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선 이런 처분이 과도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용인에 소재한 한 종합건설업체는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주한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했다가 자본금 700만원이 부족해 사전 적격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9천700만원의 입찰보증금마저 내야 했다. 이에 해당 업체는 지난해 3월께 감사원에 경기도 감사를 요청했다. 다른 업체들도 경기도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협회 "법적 근거 없는 가혹한 규제"
경기도 "부적격 업체만 부과 공시"
건설협회측은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낙찰 이후에 계약을 파기한 것도 아니고, 적격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건설업체의 입찰보증금을 지자체가 가져가는 것은 법에 없는 일"이라며 "10억원 규모 공사에 참여하려다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1억원을 내야하는 것 아닌가. 법적 근거가 없는 가혹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입찰공고문에 내용을 충분히 적시해 업체들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하고 모든 업체가 아닌, 부적격 업체에만 입찰 보증금을 부과하는 만큼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페이퍼컴퍼니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얘기다.
경기도 관계자는 "입찰공고문에도 공시하고 있어, 업체들이 이런 규정을 인지하고 입찰에 참여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