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시·군이 정신 질환자의 공공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조례를 정신 질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13일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평택호예술관 관리·운영 조례'는 술에 취한 사람, 동물과 함께 입장하는 사람 등과 함께 정신 질환자를 관람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정신 질환의 종류와 증상, 정도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관람 자체가 금지된다.
'오산시 미니어처 빌리지 설치 및 운영 조례' 역시 정신 질환자의 관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세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택호예술관 등 경기도 시·군 10곳
‘관람불가’ 조항 불구 세부기준 없어
지병유무 현장 판단 못 해 유명무실
권익위 '존재 아닌 행위 기준' 권고
지자체 관계자 "의견따라 개정 검토"
정신 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입 제한 규정을 둔 공공시설은 가평군 자라섬 수상레포츠센터, 안성시 서운산 자연휴양림, 이천시 환경학습관, 성남시 식물원 등 모두 10곳이다. ‘관람불가’ 조항 불구 세부기준 없어
지병유무 현장 판단 못 해 유명무실
권익위 '존재 아닌 행위 기준' 권고
지자체 관계자 "의견따라 개정 검토"
이들 조례 모두 '관람객의 안전'을 내세워 정신 질환자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용객의 정신 질환 유무를 현장에서 판단하긴 어려운 탓에 차별 소지만 남긴 채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정신 질환자를 포함한 정신 장애인의 복지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를 차별이라고 결론지었다. 돌발적이거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은 정신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존재가 아닌 행위를 기준으로 이용금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 측의 시정권고에 따라 이후 많은 지자체들은 '관내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 또는 '타인에게 위협을 주거나 방해가 되는 물품을 소지한 사람' 등으로 관련 조항의 내용을 수정했다.
아직 정신 질환자의 출입을 막는 조례를 둔 지자체들은 차별 소지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오산시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를 미니어처 빌리지 관람 금지 대상에 포함한 조항은 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의 조례를 참고해서 해당 조항에 수정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