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 장관 후보자 인선안이 발표되면서 기대보다 실망하는 여론이 높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내정되자 여야를 막론하고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검사장은 검사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외이며,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현직검사를 발탁함으로써 검찰 국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을 기용하지 않은 것은 사법행정의 균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지에게 사법행정을 맡긴다면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어 무엇보다 공정을 내세워온 명분을 잃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며, 민주당 쪽에서는 일전불사의 선전포고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정치적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동훈 검사는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받은 이른바 '채널A 사건'의 당사자였다. 본인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버티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검사가 증거 인멸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과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여론도 여전하다.

행안부 장관 후보자로 법조인인 이상민 변호사를 임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 내정자는 판사 출신의 법조인으로 행정경험을 쌓아 온 인물이지만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의 후배로 대선 캠프에서 윤 당선인을 보좌해 왔으며 윤 당선인의 복심으로 불릴만큼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권 분리가 현실화되면 수사권이 강화될 경찰을 지휘하는 장관도 최측근을 포진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인선안 마련 과정에서 드러난 인수위 내부의 통합도 위태위태하다. 파트너인 국민의당 안철수계의 경우 1·2차 내각 인선에서 소외되면서 양당간 합당 논의도 중단되는 등 공동정부의 갈등이 표출되기 직전이다. 국민들은 국민통합을 내건 새 정부가 화합과 쇄신의 인물을 발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무위원의 후보자 선임이나 남은 인선에서,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측근 정치가 아니라 국민통합을 실현할 인물을 제시해야 집권초 안정적인 국정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도 국정 수행의 능력과 자질을 중심으로 인선안을 검증해 인사청문회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