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A사는 제품을 주로 공공기관에 납품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A업체 같은 가구 회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홈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목재 가격이 상승했다. 더욱이 세계 목재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더욱 급등한 것이다.

이달 들어 이케아, 한샘 등 주요 가구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A업체도 제품가를 올려야 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에선 당초 계약된 단가대로 납품해야 한다. 단가 조정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그 기간 새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조정이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가격 조정하는 동안 '다시 인상'
증빙자료 시간·비용 부담 하소연


새 정부가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을 공언했다. 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에서조차 물품 단가가 치솟는 원자재가를 따라잡지 못해 중소기업계 손실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 조달청 나라장터에 입점해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은 조달청과 3년 단위로 가격을 계약한다. 원자재가 상승 등 물가가 변동하면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조달청은 지난해부터 철제, 목재 등에 대한 가격을 조정해왔다. 이달 초에도 철근콘크리트용 봉강의 계약 금액을 인상했다. 

 

그러나 관건은 단가를 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원자재가 상승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점 기업이 금액 조정을 신청하려면 계약 체결 후 90일 이상이 지나야 하고, 입찰일 기준 해당 품목 가격이 3% 이상 변동했다는 증빙 자료를 내야 한다.

한 품목에 대해서도 증빙자료를 만드는 데 최소 한 달이 걸리는데 통상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여러 자재가 쓰이는 만큼, 각 품목에 대한 가격 상승을 모두 증빙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영세업체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14일 중소기업중앙회는 '2022년 제1차 공공구매제도 활성화 위원회'를 열어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조달청에서도 일부 자재의 가격을 조정해왔고 관련 지침도 마련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공공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애로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달청은 최근 "가격을 계속 조정하고 있다. 업체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단가 조정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정우 조달청장은 지난 12일 시멘트, 골재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용인지역 레미콘·아스콘 생산기업을 찾기도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