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 기사도 덩달아 증가했지만,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를 직접 채용할 때와는 달리 배달 플랫폼 고용 기사들은 보건증이 의무화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식품을 제조·가공·조리·운반 또는 판매하는 일에 직접 종사하는 영업자 및 종업원은 해당 영업에 종사하기 전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각 음식점은 자체 배달 기사를 채용할 때 해당 시행규칙에 따라 건강진단 내용이 담긴 보건증 소지 여부를 확인해왔다.
배달 앱 사용이 늘어나면서 음식점이 자체 배달 기사를 두기보다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업체에 고용된 기사들이나 배달 전문 업체 소속 기사들에게 배달을 맡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똑같이 음식을 운반하는 일을 담당하면서도 이들 배달 기사들은 보건증을 대체로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플랫폼 업체의 배달 기사 채용 요건에도 보건증 소지 의무는 명시되지 않았다.
'포장 식품 운반은 제외' 시행 규칙
의무화 안 돼 소지 여부 확인 없어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 기사가 직접 식품을 만지거나 취급하지 않고, 전달만 하기 때문에 시행규칙상 건강진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시행규칙에는 '완전 포장된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을 운반하거나 판매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건강진단 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에 일반 음식점에 채용된 배달 기사 다수가 '식품업에 종사하는 영업자 및 종업원'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배달 플랫폼이나 배달 전문 업체에 고용된 기사들은 '운송업·택배업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자영업자 "대기업 특혜" 불만 커져
식품의약품안전처 "문제없다" 뒷짐
같은 일을 하면서도 법적 의무는 다르게 적용되는데 대해 자영업자들은 "대기업 특혜"라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당 시행규칙이 식품 제조, 가공, 조리뿐 아니라 운반 업무를 담당하는 영업자·종업원까지 건강진단 의무를 둔 것은 시민들의 각종 감염병 노출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해당 규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제도 개정을 통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같은 일을 하는 배달 기사인데 어디에 고용됐느냐에 따라 의무가 달라지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법령에 문제가 있다면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