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1991년 제정된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기초로 한다.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은 2008년 제정돼 시행 중이다.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실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법이다.

경인일보가 최근 만난 장애인들의 현실은 이들 법 취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한 40대 뇌병변장애인은 연극을 연출하거나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할 날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장애인은 하고 싶은 일에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이 뼈아프다. 인천의 한 장애인단체가 인천시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10여곳을 모니터링 했는데 장애인 전용석 대부분은 상영관 맨 앞줄에 배치돼 있었다. 영화관람이 불편해 비장애인들이 기피하는 위치에 장애인 전용석을 마련한 것이다. 장애인 전용석에서 영화를 보던 한 뇌병변장애인이 "목이 너무 불편하다"며 관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장애를 가진 영유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영유아 시기부터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통합교육 제도가 20년 넘게 운용 중이지만, 장애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옮길 수 없어 이사는 생각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통합교육을 하는 어린이집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본권인 거주의 자유가 제도의 불충분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요구는 일관된다. 비장애인들과 다름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자리를, 영화관 좌석을, 보육·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데 장애가 제한조건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과 완전한 사회참여, 평등권, 존엄성을 보장하는 일은 법조문이 아닌 현실에서 실현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42회 장애인의 날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