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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 정치2부 본부장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면서 대통령의 해외순방 취재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 정상 회담을 취재하다 보면 국가별로 '손님'을 맞이하는 문화와 관습에 차이가 크다. 국빈 순방에 나가면 기자도 높아지는 '국격'을 실감하며 우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때였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을 받았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요새와 같은 곳이어서 헬기를 타고 갔다. 미국 정상과 최고 우호 관계의 상징적 만남 장소로 알려졌다. 당시 이명박·부시는 정상회담 후 '새로운 미래를 여는 매우 유쾌한 회담이었다'고 만족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버킹엄궁 인근 근위기병대 연병장인 호스 가즈 광장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마련한 환영 행사에서 환대를 받았다. 식후 행사로 여왕 부부의 안내를 받으며 백마 6마리가 끄는 황금빛 왕실 마차에 몸을 실은 박 전 대통령의 밝은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기억하건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버킹엄궁의 '벨지언 스위트'(Belgian Suite)에서 이틀을 묵은 것으로 안다. '벨지언 스위트'는 여왕의 자녀들이 태어난 곳으로 1년에 한 두 번 국빈에게 개방하는 곳이다.  


'인수문' 생활·접견공간·뜰·사랑채로 구성
블레어하우스·벨지언 스위트 못지않은 규모


며칠 있으면 우리도 70년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가 국민의 쉼터로 거듭난다고 한다. 최고의 정원이라는 '녹지원'과 '상춘재'가 있는 청와대는 이제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정확히 74년 만이라고 하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선진국 대통령궁처럼 우리도 '관저'를 외국 정상들이 묵는 국빈용 숙소로 사용하면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국빈급 정상이 방한하면 청와대 본관에서 영접하고 본관 옆에 있는 영빈관에서 만찬이나 연회 행사를 하고 숙소는 주로 시내 호텔을 이용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남북 분단에 따른 경호와 안전 문제로 한국을 '패싱'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모름지기 지금 우리 관저(인수문)도 캠프 데이비드 보다는 작을 수 있지만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 영국 '벨지언 스위트' 못지 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생활공간인 본채가 있고 접견공간인 별채와 뜰과 사랑채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

관저 뒤 북악산에 오르면 경복궁과 광화문이 바로 발밑이다. 거기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한강의 기적과 웅장한 서울 야경까지 직접 볼 수 있다. 가히 '서울의 찬가'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과거 우리 전통 중에는 외간 손님이 집을 찾으면 장롱 안의 이부자리를 내어 주는 풍습도 있었다. 이참에 우리의 안방 격인 관저를 그럴듯하게 외교 무대로 국제화시키는 창의적 발상을 기대해 본다.

북악산서 경복궁·광화문·서울 야경 한눈에
그럴듯하게 '국제화' 창의적인 발상 기대해


소통하기 좋아하고, 사교성이 좋은 '윤석열 당선인'. 그는 지난 대선 때 한미·한일 외교 복원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 안보와 외교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혀왔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잘 살려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명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박 전 대통령이 버킹엄궁으로 향할 때 황금마차를 타고 갔다면 우리는 핸들마저도 필요없는 '레벨-5'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게 하고, 이동 구간에 AI 기반으로 한 4차 산업을 입히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국부 창출을 수반할 것이다.

항간에 청와대 개방 효과로 적게는 2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8천억원 이상의 유·무형적 가치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엊그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TF에서 개방취지와 운영방안에 관해 설명했지만 좀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성숙기에 들어가면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민족의 자긍심까지 심어줄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의종 정치2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