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16일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청와대를 떠나라”고 했다.
이날 오전 비서실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은 취임식 자리에서다.
박 실장은 이어 “어떠한 (정치개입) 오해도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은) 그 길로 가야 된다”고 강경하게 잘랐다.
박 실장은 특히 “대통령이 정치를 떠났으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모든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정치에서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치권과 철저히 분리해야만 나라가 산다는 평소 지론도 빠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치가 혼합해서 나갈 때는 동행 실패한다면서 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과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욱 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박지원은 무엇인가를 할 사람이다”고 경계하지만 “비판은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올바른)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다짐으로 보인다.
이날 박 실장의 '떠나라'는 언급에 대해 비서실 직원들은 평소에 들어왔던 얘기라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취임식 자리에서 괴롭기만 한 '정치'를 화두로 올린 것은 비서실장 임용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과 의혹의 시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야권과 일반 국민들의 호된 비판을 잠재우려면 '정치 둑'을 계속 외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박 실장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시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