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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어느 날 한 후배가 물었다. "공연장에서는 숨만 크게 쉬어도 옆에서 뭐라 한다는 데 사실인가요?" 질문을 듣고 뭐라 대답해줘야 할지 살짝 고민했다. '어쩔 수 없는 별것 아닌 일에도 눈치를 준다'는 사례들을 들어서인지, 괜히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겪은 '관크'에 대해 설명해줬다. "공연을 하고 있는데 무대 사진도 찍고, 심지어 셀카도 찍더라. 그 사진을 '문화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아마 주변에 자랑처럼 보여주겠지?" 그 얘기를 들은 후배가 "그건 좀 심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크에 대한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 공연 관람 과정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리사이틀 도중에 나온 휴대전화 벨 소리 관크 일화는 유명하다. 정명훈이 재치있게 벨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해프닝처럼 넘어갔지만, 사실 공연장에서 나와선 안 되는 장면이다. 예민하기로 소문난 '완벽주의자'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공연에서는 휴대전화는 물론 연주에 방해되는 소리가 절대 나지 않게 극도로 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편인 내가 나름대로 기록해놓은 후기들을 보면 어떨 때는 공연 내용보다 관크 당한 이야기가 더 길어 씁쓸할 때가 있다. 조용한 공연장에서 울려 퍼진 메시지 알림음 소리, 공연 내내 관람평을 속삭이던 커플, 옆자리에서 환하게 켜지던 휴대폰 불빛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간 공연을 온전히 누리고 오지 못하는 것이 꽤나 억울하고 유쾌하지 못하다. 공연하는 아티스트에게도 정성 들여 보여주는 무대가 아쉬워지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공연장 예절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 '패티 루폰'이 말한 "극장에 있는 모두는 존중받아야 한다"에서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