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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걸립 중인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세종 각' /네이버 제공

한때 전국적인 유치전까지 벌일 정도로 뜨거웠던 데이터센터에 대한 시선이 어느새 싸늘해졌다. 시흥 배곧지구와 용인 죽전동에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가 나란히 들어서는 가운데 죽전지역에선 집회를 벌이며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고, 배곧신도시에서도 비교적 냉담한 반응이다.

지난 2019년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이 네이터 제2데이터 센터 유치에 열을 올렸었다. 전국 지자체·민간사업자 100곳 가까이가 도전장을 내밀 정도였다. 경기도에서도 광주, 수원, 양평, 여주, 용인, 파주, 평택, 포천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역경제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된 이유였다. 평택지역 2곳이 유력 후보지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결국 세종시에 고배를 마셨었다.
3년 전 네이버 데이터 센터, 전국 단위 유치전 불붙었지만
대규모 데이터 센터 조성 반기지 않는 용인, 시흥 주민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뜨거웠던 네이버 데이터 센터 유치전 이후 경기도 곳곳에서 그에 버금가는 데이터 센터들이 하나 둘 조성을 확정지었다.

당장 용인과 시흥에 규모로 국내 1, 2위를 다투는 데이터 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이들 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3년 전과 달리 냉담한 편이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목소리 속 센터 조성에 따른 유해 전자파 발생 우려 등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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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물류센터 운영과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발하는 죽전동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죽전1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2022.4.30 /용인 죽전동 주민 제공

용인 죽전동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죽전1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곳에 들어서는 퍼시픽써니 데이터 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죽전동 1358 일원 3만3천70㎡에는 지난 3월 말부터 데이터 센터 건립 공사가 시작됐는데, 축구장 면적의 14배 수준인 연면적 9만9천7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데이터 센터에서 파생되는 유해 전자파의 위험성과 주거지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데 따른 각종 안전 문제 등을 앞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지방선거 이슈로도 확전됐다. 용인시장 후보들과 죽전동 일대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은 6일 데이터 센터 조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건설 사업을 취소하는 등의 공동 합의서를 채택하기도 했다(5월6일 인터넷 보도=용인 죽전동 주민에 응답한 지역 정치권… 물류·데이터센터 문제 해결 힘모은다).

온도 차는 있지만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시흥 배곧신도시 주민들도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0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M1부지에 연면적 12만㎡ 이상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설립 예정인 데이터 센터 중 최대 규모이면서,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 센터보다도 연면적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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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용인 공세동 주민들이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조성 반대 시위를 벌이고 모습. /경인일보DB
"유해 전자파 등 위험성 걱정…고용 창출 등 효과도 안 커"
업계에선 "IT 산업체 집적 효과 있어…센터가 촉매제 역할"
카카오 데이터 센터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배곧신도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래도 카카오인데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면 고용 창출 등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과 "센터 운영에 그렇게 인원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전기만 잡아 먹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배곧신도시의 한 주민은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그렇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 센터를 조성하려면 초고압선이 들어와야 하다 보니 전자파 위험 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섞인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 센터 조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수년 전부터 있어 왔다. 네이버는 제2데이터 센터 조성을 두고 전국 단위의 유치전을 벌이기 전, 용인 공세동에 센터 조성을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어야 했다.

당시 주민들은 유해 전자파 우려 등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그보다 앞서 네이버가 데이터 센터를 조성했던 강원 춘천시에선 네이버 자회사 2곳이 이전해 주민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등 지역 성장에 다방면으로 기여한다는 호평과 함께, 센터 유치를 위해 강원도·춘천시가 네이버에 부여했던 각종 혜택과 비교하면 경제적 효과 등이 크지 않다는 혹평도 일었었다.

이에 대해 데이터 센터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초고압선이 들어가야 하다 보니 유해 전자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번번이 있었다. 그런데 인체에 유해하다고 객관적으로 증빙된 적은 없다. 네이버가 공세동에 데이터 센터를 추진할 당시에도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을 설득했었는데 결국 불발됐다"며 "단기간에 이뤄지진 않지만 데이터 센터가 조성되면 인근에 관련 산업체가 집적해, 센터를 중심으로 IT 관련 사업이 발전하는 효과가 있다. 데이터 센터가 지역 경제의 구도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