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생 어르신도 배달앱을 쓰고 싶다. 조작에 서툴러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올해로 아흔일곱 살이 된 박정환 할아버지가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보여주며 점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배달음식은 어떻게 시켜먹어요?"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러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의 가장 큰 궁금증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배달앱 사용법이었다.
그의 스마트폰에 배달앱부터 깔고, 집주소를 등록했다. 회원가입과 결제수단 등록은 당장하기 어려워 보여 넘겼다. 대신 집 주변 맛집을 찾고, 가게에 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박 할아버지는 배달앱 화면을 보며 종종 버벅거렸지만, "이젠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나서
경로당 찾아 디지털 기기 교육
배달앱·키오스크 사용법 강좌
지난 6일 오후 1시께 용인시 신봉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엔 머리가 희끗한 노인 10여 명이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이날은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의 '찾아가는 경로당 디지털 서포터즈'가 방문하는 날이었다. 경로당에는 곧 카페에서 활용되는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서포터즈는 "이렇게 생긴 기계가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라"면서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로 음식 등을 주문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줬다. 키오스크 체험에 나선 한 노인이 주문을 무사히 마치자 주변에선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서포터즈 이용전(55)씨는 "기본적인 한글처럼 디지털 기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뒤처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반복적으로 가르쳐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노인복지관. 이곳에선 경기도 디지털배움터 사업단의 '스마트폰 멀티미디어 기능 활용하기' 프로그램이 열렸다. 강의실 앞줄부터 자리를 메운 8명 어르신들은 저마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또 다른 손에는 수업 자료를 쥔 채 예습이 한창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거동 불편 노인
비대면 프로그램 더 필요할 것
정부·지자체 등 적극 지원해야
이날 어르신들은 포털 검색창에서 '봄꽃'을 찾아 영상을 만들었다. 서툴지만 어느 것 하나 대충하는 일은 없었다.
서은자(77)씨는 "팔순 잔치 때 사진과 음악이 어우러진 동영상을 처음 보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큰마음을 먹고 수업에 참여했다"면서 "3번째 수업인데 아직 영상 만들기가 조금 어렵다"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노인들은 이른바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 또한 점차 늘고 있지만 정부 혹은 지자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이계존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은데 활동적인 젊은 층보다 어쩌면 비대면 프로그램 활용법을 익히는 게 더욱 중요한 세대"라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기기를 접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배재흥·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