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패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앞서 민주당은 그를 전략공천하고 6·1 지방선거 당 선거대책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겼다. 이 후보는 이날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후보 출마를 두고 시기상조에 명분도 마땅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장동 사태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 수사를 앞두고 불체포 특권이란 방탄복을 장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경찰은 지난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4년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 전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정치인의 출마는 자유이나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숙고의 기간도 없이 나선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한다.

지역구 선택도 상식적이지 않다. 거주지인 성남을 버리고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 택했다. 자신 말대로 대장동 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사업이라면 당연히 분당을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자당 당협위원장이 후보 자리를 양보할 의사를 밝혔는데도 당선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한다. 전국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지원유세를 위해서란 대외 명분은 지역구민을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분당을에 출마하는 것 역시 정상적이지 않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가 사퇴하고 윤석열 당선인과 단일화했다. 이 후보와 비슷한 처지로, 자신이 대주주인 안랩이 위치한다는 점 외에는 별 연고가 없다. 여론이야 어떻든 합당한 국민의힘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등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선 뒤 차기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은 시점에 대선 후보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나섰다. 어떤 후보는 거주지를 떠나 연고 없는 지역을 택했다. 수사 방탄복을 위해 명분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에서 패한 정당이 온갖 꼼수와 편법으로 법률안 개정을 밀어붙이고,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의원 출마를 정당화한다. 권력을 잃은 정치세력과 후보자가 이처럼 당당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