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국민은 오늘 취임식에서 이임하는 전직 대통령의 수고를 기억하고 취임하는 대통령의 포부를 경청할 것이다. 민주화가 완성된 87체제 이후 대한민국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들의 민주주의적 승계에 의해 커다란 발전을 이어왔다. 오늘 취임식 또한 전임 대통령의 대한민국이 신임 대통령에 의해 더 크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공감을 확인하는 자리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을 앞둔 정치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해 지켜보는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롭게 행정권력을 차지한 윤석열 정부와 입법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서다. 민주당은 다수의 반대여론에도 아랑곳 없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한데 이어, 국회 청문 권한으로 윤 대통령의 첫 정부 구성을 지연시켰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은 총리 없는 정부 출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전례가 드문 신구 권력의 갈등은 상호 신뢰의 부재 때문이다. 과거 권력은 새 권력이 사법행정권으로 자신들을 적폐로 몰 것이라 의심한다. 새 권력은 과거 권력이 비리 은폐를 위해 입법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한다고 비판한다. 대선에 이어 곧바로 실시되는 지방선거로 인해 신구 권력이 냉각기 없이 곧바로 전국 선거를 펼치게 된 것도 악재가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압박하고 있는 대내외 위협 요인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의 불안한 출발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내수경기 침체, 북한의 핵 무력시위, 국제질서 재편 등 윤석열 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진영을 가려 대처할 수준의 현안들이 아니다.

새 정부와 거대야당은 지리멸렬한 수준의 정쟁을 멈추고 큰 정치를 통해 위기를 공동 관리하는 대승적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대범한 관용으로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구성을 허용해야 한다. 지적은 하되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주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가장 먼저 만나 불필요한 정쟁거리를 제거하고 협치의 시작을 알려야 한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대화 없이 충돌하고 협력 없이 갈등하면 나라가 망가지고 민생이 도탄에 빠진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전부를 가지려는 작은 정치가 아니라 민주적 원칙과 관행을 존중하는 협치로 공존하는 큰 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