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전 짙은 어둠이 깔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농촌. 숨소리마저 지운 경찰관 55명이 한 비닐하우스 주변을 에워쌌다. 망을 보는 이른바 '문방' 2명을 제압한 경찰들이 불법 도박장으로 운영되던 비닐하우스를 일제히 급습했다. 수천만원 현금이 오간 도박장에서 검거된 인원은 40명. 모두 베트남인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도박장을 개설(도박개장)한 혐의로 베트남인 5명을 구속하고, 이곳에서 불법으로 도박을 한 베트남인 35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속된 베트남인들은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안산 소재 비닐하우스를 빌려 베트남 전통 도박인 '속띠아' 도박장을 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속띠아는 그릇 안에 담긴 딱지 색깔을 맞추는 방식으로, '홀짝 게임'과 유사하다.
안산 비닐하우스에 도박장 차려
총책·모집책·망보는 역할 '치밀'
용의주도한 작전으로 현장 급습
3개월간 판돈 25억… 40명 검거
이들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도박장 총책과 모집책, 주변에서 망을 보는 문방으로 역할을 나눴고, 노출을 막고자 이용객을 지하철역에서부터 도박장까지 은밀히 날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더욱 치밀했다.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도박장에 정보원을 보내 해당 도박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했고, 드론을 띄워 도주 경로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대규모 검거 작전을 세웠다. 도박장 주변에는 대형견 여러 마리가 묶여있었는데, 검거 때 개들이 짖을까봐 소시지를 주며 미리 친분을 쌓았을 정도다.
경찰은 지난 1일 새벽 4시 현장을 급습해 도박장 운영자와 이용객 40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용객 35명 중 15명은 미등록외국인으로 확인돼 출입국·외국인청으로 넘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현금 5천300만원과 영업 장부를 압수했다. 도박장이 운영된 지난 3개월 간 오간 판돈만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박덕순 경기남부청 국제범죄수사계장은 "외국인들의 범죄가 더욱 조직화되고 있다"면서 "불법 도박을 포함한 국제범죄를 빈틈없이 수사하고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