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A(33)씨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 소식에 차량에 주유를 최대한 늦게 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15일 주유소를 찾았다. ℓ당 1천930원대에 기름을 넣었는데 이달 초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경유차량이 아닌게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게 A씨의 반응이다.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한 지 2주가 지났지만 현장에선 가격인하를 좀처럼 체감하기 힘들다. 특히 경유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올 1분기 경유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1.5% 줄어드는 등 운전자들의 경유차 외면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 인하 폭 20%→30% 확대
휘발유 83원·경유 58원↓ 기대
정부는 지난 1일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83원, 경유는 58원의 인하 요인이 생겼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되더라도 각 주유소 재고 물량이 소진돼야 하는 만큼 소비자 판매 가격이 내리는 데는 1~2주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1일부터 곧바로 전국 760여개 직영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했다.
그러나 2주가 지난 15일,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경기도의 휘발유 가격 평균은 ℓ당 1천960원, 인천시는 1천948원이다.
유류세가 20%였던 지난달 30일(경기 1천978원, 인천 1천955원)과 각각 18원, 7원 차이다. 유류세 30% 적용 시작일인 지난 1일(1천956원, 1천930원)보다는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83원의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 그래픽 참조
경유는 유류세 인하 폭이 커지기 전보다 더 올랐다.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적용되던 지난달 30일 경기도의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924원, 인천시는 1천915원이었는데 이날 평균 가격은 경기도 1천970원, 인천시 1천969원이다. 유류세가 더 인하됐는데 가격은 50원가량 오른 것이다.
실제 경기 22원·인천 25원 내려
경유, 20%할인때 보다 50원 올라
이에 경유 소비가 많은 화물차, 버스, 택시, 연안화물선 등의 운수사업자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는 경유 차량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업자들에게 유가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에 경윳값 폭등까지 더해지자 경유차를 외면하는 경향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유 승용차 판매량은 4만3천517대로, 전년 동기 대비(7만4천346대) 41.5% 줄었다.
1분기 경유차 판매 비중은 13.5%로 사상 최저치다. 올해 국내 경유 승용차 판매량이 15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인데, 현실화될 경우 연간 경유 승용차 판매량이 20만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