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전국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김상곤 경기교육감 후보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진영은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으로, 막대한 예산만 쓰고 어린 학생들 마음에 상처를 줄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교육감이 됐고, 무료급식은 경기뿐 아니라 전국 초교에서 일반화됐다. 이후 중·고교에도 확대 시행돼 자녀들 도시락을 싸야 하는 학부모들 부담이 크게 줄고, 학생들도 눈치 보지 않는 무상급식 시대가 열렸다. 성남시를 시작으로 중·고생 무상교복이 제공됐고, 최근에는 우유를 주는 학교가 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 13일 초등생들에 아침 급식을 제공해 도내 학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덜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전쟁 같은 출근시간에 우리 경기도의 미래, 경기도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챙겨 먹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일하는 엄마, 아빠의 아픔과 고충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500억원 넘는 소요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자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도내에서 자란 경기미와 경기 과일로 구성된 건강 식단을 배달하겠다며 1천여 명 가까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현재 전국 초·중·고생 127만명이 아침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초등생 12만6천명, 중학생 9만2천명, 고교생 11만7천명 등 33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늦잠을 자거나 원거리 등교 등 사유로 아침을 거르는 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초등생들에게 조식을 주기로 하고 예산 확보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포기하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은 전국 일부 학교가 한때 아침 급식 제공에 나섰으나 인력 등 문제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간편식 제공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복지확대 공약을 보수정당 후보가 꺼내 들었다. 진보 성향 경기교육감 후보도 원론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보편적 복지 확대를 앞세운 선거공약은 속이 보여도 막아서기 어렵다. 초등생에게 아침을 공짜로 주겠다는 말은 솔깃하나, 예산 확보 등 실행 방안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침을 안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만 주겠다는 점도 생각해볼 일이다. 판단은 역시 유권자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