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3당 지도부의 회동이 추진되었으나 결국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오늘 예정으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만찬회동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시간이 안 맞는다고 알려옴으로써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후 일정도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문제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회동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공공기관장 인사, 인사청문 정국을 거치면서 공수가 바뀐 여야의 대치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새 정부 임기 초반부터 정치권에서 협치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권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날지 모르겠으나 최근 여야의 날 선 발언들은 이러한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입법을 통한 어떠한 정책도 추진할 수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당 역시 거대의석을 이용하여 사사건건 여권의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입법을 가로막는다면 국정의 파트너로서 야당의 역할을 인정받을 수 없다.

결국 협치는 여야 모두에게 요구되는 정치의 핵심 원리이다. 대통령과 여야의 만남이 정례화되고 이슈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시로 만나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 정부 때도 여야 국정협의체가 있었지만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언행이 특정 정파에 치우치고, 야당 역시 대통령을 반대 정파의 우두머리 정도로 인식하는 구태가 여야의 협치를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며칠 만에 여야 회동을 제안한 이유는 추경 협조는 물론 한덕수 후보자 인준 등의 협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에게 요구할 사안들이 많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오늘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면 여야 지도부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겠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거대야당답지 않다. 제1야당은 국정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고, 여권도 야당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는 여야와 대통령이 만나는 게 뉴스가 되지 않고 민감한 정치적 쟁점을 풀어가는 협의체로 자리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