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19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유권자들이 지난 4년간 지역자치 결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4년 자치를 대행할 일꾼들을 선택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직전 대선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전례 없는 정치환경으로 인해 당리당략이 자치를 오염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대선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정권을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박빙의 패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계양을 후보로 전략 공천한데 이어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겼다. 특히 이 위원장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와 지방선거 지휘는 당 안팎의 당위성 논란과는 별개로, 지방선거를 대선 2라운드로 왜곡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앙당은 물론 후보들까지 공약과 인물보다 윤 대통령과 이 위원장의 후광을 앞세우는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박빙의 경합지인 경기·인천지역은 이 위원장의 연고지이자 출마지역인 만큼 이 같은 양상이 더욱 심하다. 국민의힘 김은혜,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윤심의 대변자와 이심의 계승자를 자처할 정도이다.

이대로라면 유권자들은 대통령 선거 투표 기준과 정당 지지도만으로 지방 일꾼을 선택해야 할 판이다. 즉 구 정권 심판과 신 정권 견제론의 대결인 셈인데, 이렇게 되면 양당의 맹목적인 강성 지지자들이 지방선거현장을 지배할 것이다. 주민자치와는 하등관계 없는 정략의 충돌이다. 감정적인 선택은 필요한 자치 일꾼 대신 악질적인 약탈자들을 자치현장에 불러들인다. 또한 중앙정치 판세에 따라 지방 권력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면 지방 살림은 망가지고 지역민의 삶은 피폐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이 장악한 자치 현장은 견제 없는 전횡으로 얼룩졌다.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야말로 민주시민과 자치시민의 역량이다. 진영과 인물에 추종하는 맹목은 사이비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유권자가 상식과 이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공약이 상식적인지, 언행이 이성적인지 13일 동안 후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면 내가 사는 지역의 현안이 보이고, 그 중의 우선 순위를 가릴 수 있고, 내 삶을 개선할 후보를 찾을 수 있다. 죄책감 없이 거짓말로 선동하는 정치꾼들이 넘쳐난다. 유권자들은 상식과 이성으로 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