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없는 인쇄골목3
경기도가 수년 전부터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청 내에 자체 디지털 인쇄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면서 타격을 입은 지역 인쇄업계가 일감을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오후 수원시 구 경기도청 앞 인쇄 골목의 한 인쇄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5.19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한 지자체 발간실이 오히려 지역 소상공인들의 일감을 빼앗아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는 뒤로한 채 예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경기도는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발간실에 디지털인쇄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전담인력 10여명을 배치해 각종 행사에 사용되는 인쇄발간물을 외주 인쇄소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도는 발간물을 자체 제작해 제작기간 단축과 예산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내 인쇄업계는 '경기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는커녕 소상공인을 죽이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가 발간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외주인쇄소에 제작을 의뢰하는 건수가 줄어들었고, 이는 인쇄업계에 심각한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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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구 경기도청 앞 인쇄 골목의 한 인쇄소. 2022.5.19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18억 들여 2008년 도입 디지털시스템
발간실 운영하며 외주 의뢰 감소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의 조합추천 수의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경기도 발간실이 생긴 이후부터 계약 건수는 계속 줄더니 최근 10년간 단 한 건의 계약도 발생하지 않았다.

조합추천 수의계약은 발주처가 업계 대표단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검증·추천한 양질의 업체와 계약할 수 있는 구매방법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경기도가 인쇄발간물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조합 업체와 계약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김충복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도 많이 줄어 매출 타격이 심한데 경기도까지 나서서 일감을 뺏어가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발간실을 폐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감을 나눠 상생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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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구 경기도청 앞 인쇄 골목의 한 인쇄소. 2022.5.19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최근 10년간 계약 단 1건도 없어
행사도 줄어 소상공인 고사 위기


발간실 설립 취지인 예산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도내 인쇄업계에 쓰여지는 예산을 아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다른 곳에 쓰이는데 이것이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김종하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경기도가 인쇄업 소상공인들의 몫을 빼앗아 그 예산으로 다른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의 주역할이 지역경제 활성화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정확한 통계를 공개할 순 없지만 인원과 발간량을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묻는 질문에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