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A씨가 보험금 등을 노리고 고농도 니코틴 음료를 먹여 남편 B씨를 숨지게 한 '화성 니코틴 사건' 1심(5월19일자 9면 보도=법원 '니코틴 남편 살해' 30대 아내 징역 30년 선고)에서 검찰과 변호인 간 주요 쟁점은 'B씨의 자살 가능성'이었다. 검찰이 A씨의 살해 시간, 방법, 수단 등을 특정했으나 변호인 측은 최종 변론까지 자살 가능성을 주장하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이 자살 가능성 근거 중 하나로 들었던 건 B씨의 사망(2021년 5월27일 오전 3시께 추정) 두 달하고도 보름 전인 지난해 3월 14일의 자살 소동이다.
이달 18일 선고된 이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B씨는 지난해 3월 14일 오전 12시57분쯤 "안녕 잘 살아"란 문자메시지와 자신이 방 문고리에 줄을 매는 듯한 모습의 동영상을 A씨에게 보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두 달여 이후 발생한 B씨 사망도 A씨에 의한 게 아닌 자살일 가능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실제 자살에 이를 목적이었던 게 아니라 자신보다 내연남에만 마음을 쏟는 B씨의 관심을 끌려고 취한 행동으로 판단했다.
당시 내연남과 여행 중이던 A씨가 B씨의 문자와 영상을 받고 신고해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을 때에도 B씨에게 특별한 자살 시도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방에 누워 자던 피해자를 흔들어 깨웠더니 '아내가 봐주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않으면 보러오지 않아서 그랬다. 괜찮으니 가도 된다'고 했다"고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문고리에 줄매는 동영상 보낸 남편
법원, 관심 끌려고 취한 행동 판단
사망 당시 검색단어에도 흔적 없어
결국 B씨가 숨을 거둔 지난해 5월 27일 사망 현장에서도 그 어떠한 자살 흔적도 나타나지 않은 걸로 조사됐다. 오히려 A씨가 세 차례에 걸쳐 니코틴 음료 등을 먹이던 중에도 B씨는 평소 생활과 관련한 단어들을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사망 전날인 26일 낮 12시22분~12시46분쯤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체했을 때 올바른 대처법'과 회사 작업에 도구로 쓸 '작두형 재단기' 등을 검색했으며 같은 날 오후 7시47분쯤엔 가상화폐 종류의 하나인 '이더리움' 시세 호가를 확인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이 공판 과정에서 공개한 것처럼 사망 한달여 전후 '자살 보험금', '부모의절', '사망 후 상속' 등 단어가 검색된 B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정만으로 B씨의 자살 가능성을 합리적 수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변호인 측을 통해 자살 가능성 등으로 혐의를 부인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 30년의 중형을 내렸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