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그때가 생생한 듯 여자가 생각에 잠겼다. 곧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딸 소희를 잃어버리고 33년이 되기 꼭 이틀 전이었다.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5월은 익숙해지지도 않고 가슴을 저미게 한다. 자우씨는 이맘때가 되면 소희가 더 생각난다고 했다. 7개월이던 딸 소희는 1989년 5월18일 낯모르는 여자와 함께 사라졌다. 물 한잔을 달라던 여자는 "나도 저만한 아들이 있다"며 자우씨를 안심시키고는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소희를 데려갔다.
부산, 청양, 대구… 소희를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소희와 닮은 아이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달려갔고, 혹시 소희가 있진 않을까 보육원의 낡은 사진첩을 보고 또 봤다.
30여년 간 자우씨는 죄인처럼 살았다. 길 가다 누군가 손가락질이라도 하면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탓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이제 포기하라는 무심한 말들에 상처를 받아 수많은 밤을 눈물로 보냈다.
고통스럽지만, 어디선가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자우씨를 버티게 한다. 그가 꺼낸 주민등록등본에는 여전히 소희의 이름이 그대로 있었다. "소희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을 것 같아요. 더 아프기 전에, 나이가 들기 전에 보고 싶어요."
5월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이후 지문 사전등록, 유전자(DNA) 분석 등이 도입되며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장기실종아동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경기 남부지역의 실종 아동은 107명이다. 이들 중 실종된 지 10년이 넘은 장기실종 아동은 104명으로 전체의 96.3%에 달한다.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제보가 필요한 때다. 자우씨는, 가족들은, 여전히 아이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