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택-경제산업부기자.jpg
서승택 경제산업부 기자
지난달 30일 수원 인계동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평소 경유 5만원 어치를 주유하면 450㎞의 주행거리를 표시하던 계기판이 380㎞를 가리켰다. 주유를 마치고 인근 중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년 전까지 5천원대이던 짜장면이 7천원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미친 물가'다.

14년 만에 5%의 고물가가 닥쳐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서민들이 벌벌 떨고 있다. 밀가루·버터·설탕 등 음식 주재료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30~50% 상승했다. 지난달 전년 대비 4.8%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5월 5.1%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점이 아니다. 7~8월에는 5.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만 오른다"라는 말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월급 인상에 대한 한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물가 패닉을 걱정하는 하소연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식자재뿐만이 아니다.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건설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달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공사계약금 인상을 요구하며 셧다운을 강행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공사현장이 멈추기도 했다. 화물운송사업자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치솟은 경윳값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하며, 7일 무기한 전면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배달료 인상을 문제 삼은 자영업연대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일까? 부처마다 '긴급 민생안정 프로젝트' '화물차 유가보조금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시큰둥할 뿐이다. 당장의 불만을 해소하는 근시안적 정책이 아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와 정부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한 선심성 정책만 내세우고 있다.

물가 상승의 원인을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적인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서민들은 당장 출근길 기름값을 걱정하고 퇴근 후 저녁 메뉴조차 고르지 못하고 있다.

/서승택 경제산업부 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