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상수도 관리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듬해 제도적 보완까지 이뤄졌지만, 2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된 법규가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3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상수도관망관리대행업 등록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수도법이 공포됐다.
인천시가 붉은 수돗물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개정된 수도법은 상수도관망관리대행업(이하 대행업)에 등록한 업체만 세척·누수관리·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했다. 기존에 없던 절차를 새롭게 구축하는 내용이었기에 개정된 수도법은 1년이란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본격 시행됐다.
시행 1년… 미등록업체 입찰 여전
발주기준 없어 설비업 참여 가능
"지자체마다 다른 해석, 시간 필요"
변화한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까지 뒀지만, 사업을 발주하는 지자체와 일감을 따기 위한 업체 모두 명확한 기준이 없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기존 상하수도설비공사업 면허만 보유하다 수도법 개정 이후 비용을 들여 대행업에 등록한 업체는 미등록 업체도 지자체가 발주한 관세척 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이천시의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관세척) 구축사업'과 안산시의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구축사업(관세척 공사)' 공고를 보면 두 지자체 모두 대행업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업을 발주한 지자체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천시가 최근 발주한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 사업은 상하수도 설비를 설치하는 공사에 관세척 업무가 포함된 형태다.
설비 설치가 주된 업무인 데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엔 여전히 상하수도설비공사업도 세척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행업 등록을 자격 기준에 넣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대행업이 아닌 설비업으로 발주한 지자체도 많다. 대행업으로 통일된 상황이 아닌데, 기준이 정립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고, 비슷한 상황인 안산시 관계자도 "개정된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각 지자체마다 해석하는 게 다른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대행업 등록 여부를 놓고 이와 유사한 민원이 반복되자 경기도는 지난해 말 31개 시·군 상수도사업소에 개정 수도법을 준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환경부는 대행업 등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지자체의 경우 관내 업체 중에 대행업 등록을 한 업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수도법이 개정됐지만 아직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민원이 많다"며 "매달 대행업 등록 자격을 주는 시험이 한 번씩 있는데, 미등록 업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