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인다. 31일 북해산 브렌트유의 배럴당 7월 선물가격이 121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도 배럴당 118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유럽연합(EU) 27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금년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서민들의 주름살이 한층 깊어질 판이다. 글로벌 오일쇼크 여파가 2∼3주후부터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부터 3개월간 유류세를 30% 인하한데다 6월 1일부터 9월말까지 전국의 운수사업자들에게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지난 한 달 새 전국의 휘발유 값은 57원, 경유 값은 100원 가까이 올랐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정책효과가 유명무실해졌다.

운송업계의 경유 가격 인하 목소리가 더 커지게 생겼다. 화물연대는 정부에 추가대책을 촉구하며 7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다. 유가가 들썩이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초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4월의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트리플 감소'는 2020년 2월 이후 26개월만이다.

원유 수입관세 3%가 눈길을 끈다. 비산유국 중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많은 국가들이 원자재보다 중간재나 완제품 수입에 높은 관세를 매기지만 우리나라만 원유와 석유 가공제품 양쪽에 3% 동일 관세율을 적용해 역차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무관세가 실현되면 산업 전반에 고용창출 효과가 1만여 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소비자 후생은 1조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원유 수입관세 3% 철폐의 당위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