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0시께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인근에 1천여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이 모였다. 빨간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안전운임 사수하자" "유가폭등 적자운송 운송료를 인상하라"는 구호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 관련기사 12면(25톤 트럭 한달 경유 3천ℓ 쓰는데 경인지역 ℓ당 평균 2030원 넘어서)
화물연대는 최근 전국 평균 ℓ당 2천원을 넘어선 경유 가격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3년간 시행한 뒤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전체 42만명의 화물노동자 중 안전운임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2만6천여명에 불과하다며 안전운임을 전체 화물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은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현실에 정부의 입장표명을 기다렸지만, 정부는 이 시각까지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화물연대를 무기한 총파업으로 내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폐지 '안전운임제 사수' 목청
의왕 컨기지 막아 시멘트 출하 중단
인천항에서도 이날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출정식에 400여 명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참여해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다행히 인천항은 컨테이너 운송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총파업 이전에 빈 컨테이너를 부두 바깥으로 빼내는 등 대비했기 때문이다. 또 인천 신항 배후단지 등에 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의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장치장을 확보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컨테이너 부두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출입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인천항 관계기관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시멘트사의 운송이 중단되는 등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멘트 운송을 담당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3천여대 중 30%를 차지하는 1천여대는 화물연대에 소속돼있다.
당장 파업 시작일인 이날 화물연대 차량이 주요 시멘트사 7곳의 저장소가 몰려있는 의왕 유통기지 진입로를 막아 오전부터 시멘트 운송이 중단됐다. 시멘트 출하 중단에 레미콘사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자칫 레미콘 타설이 수일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항 컨 운송 대비책 차질 적어
파업 장기화땐 운영 타격 불가피
자영업자 '긴장' 유통은 발주제한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 차주들도 파업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파업 기간 운송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피해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업계와 자영업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화물운송 위탁사 소속 화물차주들이 파업에 돌입해서다. 여파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등은 점포당 참이슬과 진로 병·페트 제품 발주를 제한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아직까진 센터마다 재고가 있는데, 8일부터는 일부 센터의 발주 제한 혹은 정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손님 맞이에 한창이던 음식점들은 때아닌 주류 대란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수원 영통구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강모(65)씨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다음 주 정도부터 발주한 만큼의 소주가 들어오지 않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운·서승택·윤혜경·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