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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상 사회교육부장
귀청이 터질 것 같아도 소용없다. 법 테두리 안에서 소리를 지른다는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신고할 테면 신고하란다. 잘 테면 자고 말 테면 말라고….

1년 전쯤 됐다. 아침 일곱 시면 여지없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아파트 정문 앞 경비실에서 한 달 동안 그랬다.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임금을 체불했는지 연일 달라고 난리다. 더 견디기 힘든 사람은 함께 거주하고 있는 동네 주민이다. 매일 아침 그 소리를 들어야 했다. 똑같은 시간만 되면 여지없이 스피커로 울려댔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 참지 못한 주민들이 시위 집회자들과 실랑이도 벌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집회신고를 했고 본인들을 건드리면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겁박부터 했다. 문제가 해결됐는지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사라졌다. 악몽 같던 그 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보수단체, 문 前대통령 사저앞 스피커 시위
윤 대통령 "법과 원칙 따라…" 원론적 말만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를 두고 말들이 많다. 보수 시민단체가 연일 스피커로 목소리를 높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문 전 대통령도 '힘들다'며 호소를 했을까. 결국, 정치권까지 논쟁이 이어졌고 이를 막는 관련 법까지 등장하려고 하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었다. 그래도 전 대통령인데 예우 차원에서 방법을 찾지 않을까 해서였다. 기대도 잠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선을 그었다.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는 소리다. 며칠 전 한 언론에서 양산 시위와 관련 "윤 대통령이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시위 주도 세력에게 집회 자제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 전혀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법에 따라 될 것이라는데 할 말이 없다. 한 마디로 '쩝쩝'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또한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듣고 있는 전직 대통령은 둘째 치고 동네 주민들은 무슨 잘못이 있어 피해를 봐야 하는가. 왜 집회의 자유는 인정되는데 그 소음에 정신병까지 앓으면서 들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은 없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집회자들이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떠드는 동안, 그것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그 악몽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그 정신적 피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도, 편하게 자고 싶어도 못 자는 현실은 어디서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진보단체도 "대구 달성 가서 소리 지르겠다"
주민들 무슨 죄… 소음규제 강화 법안 기대


이제는 진보 단체에서까지 움직이고 있다. 대구 달성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소리를 지르겠다는 것이다. 그럼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 주민들은 또 무슨 잘못인가. 또 다른 주민들이 피해를 볼 텐데 또 거기서 스피커를 세워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는 전·현직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줄곧 집회의 성지가 될 것이 뻔한데 주민들의 행복추구권도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쾌적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도 국민들에게 있다. 표현의 자유도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악의적인 소음이다. 특정 권력자를 위한 법을 만들자는 소리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집시법을 적극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집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그 소음을 듣지 않을 수 있는 권리 또한 중요하다. 당장 시행령을 개정하고 소음 규제 등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조영상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