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전 정권과 두드러지게 달라진 게 있다면 격식 파괴와 달라진 대통령의 스타일. '혼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시민 곁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시민과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상을 보였다.
취임후 잇단 파격행보·출근길 '도어스테핑'
'권위 깨고 국민 속으로' 대통령상 그렸지만
취임 후 첫 주말엔 광장시장을 누볐다. 부인의 손에 끌려 동네 백화점에 나가 새 신발을 사는 모습도 새로운 풍경이었다. 시장통에 사람이 많아 빈대떡과 떡볶이, 순대를 포장 구매하고, 남산 한옥마을을 산책했다는 보도는 보통 시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출근길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국민의 궁금증에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은 벌써 13회째로 이어졌다.
정치 9단을 다 꺾고, 만인의 지상에 오른 그다.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이 꽤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던가.
엊그제는 종로통에 나가 참모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피자집'에서 한턱내는 모습. 대통령실 인근 노포 국숫집을 찾은 것도 화제가 됐다.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청와대 개방'은 벌써 누적 관람객 수 75만8천명을 찍었다. 현실적 제약과 '안보공백'을 뚫고 실천한 그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권위를 깨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대통령상을 그렸다.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하고 토론을 벌인 것도 관심을 받았다. 첫 대수비 회의에서 자유로운 복장과 함께 '프리 스타일'을 선언하고 비서진과 가까워지려고도 했다. 5·18 기념식에 여당 의원 전원 참석을 권유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인사문제·저돌적 업무 스타일 강한 거부감
치솟는 물가·北 안보위협 세심한 대응 필요
그러나 인사문제와 저돌적 업무 스타일은 국민들에게 강한 거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검찰 출신을 유독 요직에 많이 앉히면서 사회적 불만을 자초했다. 검찰 독식 인사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쓴다'는 자기 원칙을 강조했지만, 검찰 편중 인사에는 사회적 '공감도'가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사회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 잘한 엘리트도 있지만, 어려운 환경과 역경을 딛고 성공 신화를 이룬 사람도 많다. 자수성가해 '인생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사회가 됐다. 자기가 좋아하는 '편식주의'(?)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산적한 과제에 대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크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기가 옳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을 깊이 인식해야 하고, 정 안되면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지혜라도 가졌으면 한다.
또 여소야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언제까지 적대적, 진영 대립으로만 내버려둘 것인가. 앞으로 최소 2년 동안은 선거 없는 계절이다. 격차의 가치를 인정해주든, 정국을 풀 묘수를 찾든 정치 복원을 위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북한 도발에 따른 안보위협에도 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 이미지 탈피만으론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다. 정권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새 정권의 이념 기조가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남은 59개월은 '윤석열 다움'을 더 느끼고 싶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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