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여야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따른 양당 입장 차이 때문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희망 상임위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국민의힘은 상임위 간사를 먼저 임명해 원구성 압박에 나서고 있다.

후반기 원구성이 난항을 보이는 이유는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 문제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반기에 직전 원내대표단이 합의한 원구성안은 무효라며 국회의장부터 선출 후 원구성 협상을 다시 하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반기 원구성 합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반기에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원구성이 안되면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으면서 청문회 없이 임명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샅바싸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사위를 통과하지 않으면 본회의 상정 자체가 안되는 입법 절차가 법사위에 대한 여야의 집착으로 나타난다. 전반기 원구성 때에도 법사위 권한을 축소해서 일반 상임위와 같은 위상으로 하자는 법사위 개혁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 권한을 줄이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합리적인 논거가 되기 어렵다. 지난 전반기 원구성때 합의한 내용을 우선 지키는 게 중요하다. 법사위 권한 축소는 국회 개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법원과 검찰 등 법사위 소관 업무가 아닌 법안조차 법사위가 다뤄야 할 필요는 없다. 체계와 자구 심사를 일반 상임위가 할 수 없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법사위 업무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 약속대로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겨주고 원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당은 아니지만 원내 다수당이다. 원내1당 몫인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여야 약속대로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게 순리에 맞다. 전반기 원구성 합의 때 '민주당이 집권당이 될 때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간다'라는 단서를 달지는 않았다. 법사위원회의 역할 재조정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사안이므로 원구성을 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