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층수를 높이는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레미콘 차량과 덤프트럭 등으로 붐벼야 하지만 차량 출입이 거의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자재를 나르는 차량이 이따금씩 현장을 드나들며 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시멘트 수급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수원시 영통구의 또다른 공사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3천여 세대의 대단지 공사가 한창으로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사현장을 오갔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시멘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철근콘크리트연합회도 대규모 셧다운을 예고해 도내 공사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원 아파트 신축 출입車 거의 없어
"입주 임박… 건자재 수급 꽉 막혀"
연합회 공사계약금 조정 요청 '난항'
지난 8일 서울·경기·인천 콘크리트연합회(이하 연합회) 회원사 94개사 중 위임을 받은 대표자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표자 회의에서 다음달 11일 전국 공사현장 셧다운을 결정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11일 대책회의에서 수도권 내 공사 대금 조정 협의에 비협조적인 시공사를 대상으로 셧다운 여부를 투표했는데, 97%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고 이번 대표자 회의에서 정확한 시점을 못 박았다.
일선 공사현장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장기화로 시멘트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에 필요한 주요 자재인 철근·고철·합판마저도 수급이 막힌다면 사실상 현장에선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공사현장 관계자는 "현재 레미콘 차량은 아예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 자재를 나르는 차량만 가끔 들어오고 있는데, 입주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자재 수급이 꽉 막혔다. 공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연합회 측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월부터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상승해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 상황에 빠져 시공사 측에 공사계약금 조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6개월째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김학노 서울·경기·인천 콘크리트연합회 대표는 "지난 1월부터 시공사 측에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3분의2는 협조가 되지 않고 있다. 한 달 시간이 남은 만큼 대화로 잘 풀리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공사현장을 세우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지난 7일부터 7일째 이어지는 화물연대 관련 물류차질로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동차·철강·석유화학·시멘트와 같은 주요업종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총 1조6천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14면(멈춰선 수출길… 기업들 "파업 멈춰라")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