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20일 서울 회현역에서 탑승시위를 벌여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 11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집회·시위의)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와 이로 인한 지하철 운행지연 및 시민불편 문제는 지난해 내내 뜨거운 사회 현안이었다. 전장연 시위를 비판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가 공개 토론을 벌였을 정도로 여론도 비판과 지지로 엇갈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찰은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 방해와 관련 어떠한 사법처리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고 나니 태도가 전격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동안 각종 집회와 시위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무원칙의 결정판이었다. 코로나 국면에서 제한됐던 집회와 시위도 주최가 민주노총인지 보수단체인지에 따라 사법처리 대응이 어긋났다. 코로나 영업규제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는 철저히 봉쇄하면서 건설노조의 현장점거 시위의 소음은 못들은 체 넘어갔다.

일부 몰지각한 시위대의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윤석열 대통령 사저 및 집무실 보복시위로 전현직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자, 경찰이 비로소 불법 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사권을 가진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찰의 숙명이 친정권 단체들의 불법 집회·시위를 조장한 탓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시민의 기본권으로 반드시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집무실이든 전직 대통령 사저이든 장소를 제한하면 안 된다. 이를 막으면 헌법 위반이다.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도 공공의 이익을 결정적으로 침해하면 안 된다. 나의 기본권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 보장하되 방식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회적으로 합의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야는 집회·시위의 방식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현직과 전직 대통령의 거주공간을 열외시키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말이 안 된다. 사회적으로 관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방식을 제한하고, 경찰은 차별 없이 불법에 대응하면 될 일이다. 이 쉬운 일을 못해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가 욕설과 이기심의 배설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