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쌀농사가 성행했던 곳은 공통적으로 물이 풍부했다. 파주가 경기북부 최대 쌀 산지인 것 역시 한강과 임진강의 힘이다. 임진강 위쪽에 형성된 비옥한 땅은 전쟁 후 오래도록 사람의 발길이 제한돼 청정구역이 됐다. 한수위파주쌀은 이곳에서 주로 자란다.
민간인통제구역인 파주시 장단면의 하얀색 명물 3가지를 '장단 삼백'으로 일컫는데 콩과 인삼, 그리고 쌀이다. 임금에게 진상됐을 만큼 귀한 특산품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지역 내에서 쌀의 위상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임금님 진상했을만큼 귀한 특산품
'한강북쪽·한단계 위' 의미 한수위
단백질 함량 낮아 부드럽고 담백
이런 파주 쌀에는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첫번째 전환점은 2011년이었다. 관내 지역농협들이 각각 쌀 브랜드와 미곡종합처리장을 보유하고 있던 것을, 그해 공동사업법인을 만들면서 쌀 브랜드도 통합해 운영키로 했다.
당시 공동사업법인을 출범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로 미곡종합처리장을 조성했고, 시에서 통합 브랜드 명칭을 공모했다. '한수위'라는 명칭은 그렇게 선정됐다. '한강의 북쪽'과 '한 단계 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수이북인 파주의 지역적 특성, 질 좋은 파주 쌀의 특징을 '한수위'에 모두 담은 것이다.
두번째는 2019년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추청, 고시히카리 등 일본벼 품종 퇴출 움직임이 일자 파주 쌀에도 대변혁이 생겼다. 경기도가 개발한 쌀 품종인 '참드림'을 대대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수매한 한수위파주쌀의 55%는 참드림이다. 현재 지역 내에서 재배 중인 벼 품종의 60% 이상도 참드림이다. 나머지는 참드림 재배 전부터 생산하던 추청과 삼광이 각각 15~20%를 차지한다.
'물맑은양평쌀'과 더불어 경기도 각 지역 브랜드 쌀 중 참드림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참드림은 삼광과 조정도(찰벼)를 교잡해 만든 품종으로, 찹쌀을 섞어서 지은 것처럼 찰기가 좋다. 또 단백질 함량이 낮아 밥을 지었을 때 다른 품종보다 밥맛이 부드럽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여름철 장기간 보관했을 때도 미질 변화가 상대적으로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재배해오던 벼 품종을 단번에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참드림이 수확량은 다른 벼 품종에 비해 많지만, 새로운 품종인 만큼 '고품질'로 생산해내기까지 농민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지역 내에서 조금씩 시범적으로 재배를 추진하다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지역 전반에서 형성됐다.
지역적 특성도 참드림 재배와 잘 맞아떨어졌다. 시에서도 40㎏당 2천원씩 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참드림 재배로의 전환을 독려했다. 이 때문에 불과 2년여 만에 한수위파주쌀의 주 품종으로 참드림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민간인통제구역 내 청정지역에서 재배돼 쌀이 맑고 깨끗하다는 점은 한수위파주쌀의 자랑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무농약 친환경 쌀이 파주시를 넘어 부천·광명시의 학교 급식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해 변화에 쉼 없이 매진해 온 점이 지금의 한수위파주쌀을 만들었다는 게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측 설명이다.
법인 관계자는 "브랜드를 통합하고 주품종을 참드림으로 한 게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안착을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 그런 점에 힘입어 전국 RPC 경영 우수상을 두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쌀시장 전반이 어렵지만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