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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원 정치부 기자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6월의 퇴근길이었다. 차들로 가득한 수원 인계동의 한 교차로를 지나자 차량들이 뒤엉키다시피 앞을 막아섰다.

경적을 울리는 차들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앞지르려던 찰나 갓길에 줄지어 선 소방차량이 보였다. 응급차량부터 사다리가 실린 대형소방차까지. 언뜻 봐도 '만만찮은 사고가 터졌구나' 싶었다. 교통사고라도 났나 했으나 인도 위에 몰린 사람들의 시선이 건물 위로 향해 있었다. 나 역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잠시 차를 도로 한편에 세우고 인파 속으로 들어가 위를 쳐다봤다.

한 사람이 건물 옥상 난간 끝에 서 있었다. 하늘색 블라우스에 하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다. 건물은 예닐곱층쯤 돼 보였다. 건물 옥상에 선 여성은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난간에 올라 서 있었다. 건물 아래 몰려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파의 절반은 소방관이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에어매트를 건물 아래 설치한 채 여성이 생각을 바꾸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오! 여자 떨어진다", "크크크 안 떨어져, 돈 걸래?" 소방차 앞에 세워져 있던 레커차를 모는 세 명의 사내가 재밌는 볼거리라도 생겼는지 차에서 내려 여성의 행동 하나하나를 해설했다. 여성의 손짓, 표정 변화,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설명을 덧붙이는 게 마치 스포츠 경기를 중계 방송하는 듯 들렸다. 침묵으로 여성을 지켜보는 소방관들과 달리 사내들의 경박한 수다는 한동안 이어졌다. 절망에 빠져 슬퍼하는 누군가를 보고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두 모습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간극이 컸다.

한 시간 남짓 그 광경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의 삶의 끝자락, 죽음의 문턱에도 조롱과 즐거움, 증오와 혐오가 있었다. 억겁의 고통 끝에 여성은 간신히 살았지만 그녀가 매일 맞이할 세상은 여전히 지옥일 터다. 그녀는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