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민선 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장이 민선 7기 임명직 고위 공무원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발언(6월29일자 3면 보도=인천시 본청·산하기관 조직 개편… 정무직 '과도한 인사권한' 줄이나)과 관련해 인천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과 정무적 성격의 임명직 공무원 간 임기 불일치로 발생하는 갈등은 지방정부 정권 교체 시기에 매번 되풀이되는 문제 중 하나다.
인천시 산하 기관장들은 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독립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는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해진 게 아닌 해당 기관이나 관련 기관에서 오랜 기간 능력을 쌓아온 만큼, 정 위원장이 말한 "전문성과 능력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임명된 사람이 많다"는 발언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시 한 산하 기관장은 "(기관장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경영상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나가라고 종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경영평가 등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책임을 묻는다면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특성·독립성 무시한 처사"
'정치적 이유로 임명' 수긍 못해
산하 기관 직원들은 기관장 공백으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인천시 한 산하기관 직원은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 인선까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공모 등 3개월가량은 기관장 공백 상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시설관리와 교통, 환경 등 시민 안전과 맞닿아 있는 기관은 단순히 경영상 공백이 아닌 안전상 공백이 더 크게 우려된다"며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기관장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 소지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산하에는 공사·공단 5개와 출자·출연기관 11개가 있다. 이 중 올해 안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인천신용보증재단(7월7일), 인천교통공사(8월25일), 인천환경공단(8월31일), 인천종합에너지(9월30일), 인천관광공사(10월7일), 인천스마트시티(11월30일), 인천테크노파크(12월31일)다.
인천시설공단은 공석이고,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기관장 사표가 수리됐다. 나머지 7개 기관장 임기는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2년7개월 남았다. 일각에선 민선 8기 인천시의 원활한 시정 운영을 위해 정무적 성격의 임명직 공무원들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16곳중 7곳 잔여임기 6개월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은 '불법'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이전에 임명된 산하 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는 등 사퇴하게 만들 수 없다.
관련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산하 기관장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경영 개선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거나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했을 때다. 시장과 임명직 공무원 임기를 일치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나가라고 강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과 정무직 및 산하 기관 임원 임기를 일치하는 내용의 시정 혁신 과제를 내놓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로 산하 기관장을 그만두게 압력을 가한다면 '산업부 블랙리스트'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시장과 산하 기관장 임기가 함께 종료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