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된 한편 면적은 16% 줄어든 게 핵심 기술이다. 내년엔 3나노 GAA 2세대 공정이 나오는데, 전력은 50% 절감되고 성능은 30% 오르는 한편 면적은 35% 축소될 전망이다. 삼성은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반도체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은 반도체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도 한발 앞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선 선두 주자이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선 대만 TSMC가 업계 1위에 올라있다. 7나노 이하 미세 공정 역시 삼성전자와 TSMC 뿐이지만 매출 점유율에선 TSMC가 앞서왔다.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53.6%, 삼성전자는 16.3%로 격차가 벌어졌다. 3나노 공정 매출은 2024년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연평균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3나노 양산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점유율이 출렁이고,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다.

3나노 양산 체제 구축에는 '초격차' 기술을 향한 삼성전자의 도전 정신이 담겼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독일을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첨단공정 도입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기술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선두인 TSMC가 차세대 공정 도입에 적극 나선 것 역시 무섭게 추격하는 삼성에 추월당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란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 평택 3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현 글로벌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은 여건이다. 삼성은 안정적인 성장 대신 기술혁신을 통한 정면돌파로 반도체시장 판도를 뒤엎을 기세다. 지난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주창한 이후 30년 만에 삼성이 다시 기술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