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컨테이너)을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제공한 사업주는 '고용허가'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방지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지면서 제도 시행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2020년 12월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영하 20도 가까운 한파에 난방이 안되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이 사고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족 측은 지난해 12월 산재 보상금을 신청했고,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가 업무상 질병에 의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체류한 외국인 가운데 사망한 사람은 358명이었다. 사망 원인별로 보면 '질병'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 의원은 "고용허가제 절차에 따라 건강검진을 마치고 입국해서 일하던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고된 노동과 열악한 숙소, 의료접근권 부재, 노동권 미보장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가 '의식주'이듯 주거문제는 중요한 사안인데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샤워시설 부재, '푸세식' 간이화장실, 쇠살창 창문이 달린 컨테이너 숙소가 여전하다. 이 같은 현실과 달리 고용 계약서에는 숙박시설이 '주택'으로 표기돼 있다. 사업주가 서류에 허위정보를 기재하는 등 법망을 피하는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오지 못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8월까지 대거 입국하는 상황인 가운데,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최근 가산면 일대에서 확인한 불·편법 사례만 8건에 달한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더 많고,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이런 편법·불법은 인력난을 겪는 농가들에 장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피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현실이 부끄럽다. 실현되지 않는 개선책은 소용이 없다. 정부는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농가 인력난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기 바란다.
[사설] 불법·편법 판치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입력 2022-07-05 20:07
수정 2022-07-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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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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