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전국 시도지사 만찬 간담회에서 대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 시장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격의 없이 대했던 것으로 9일 알려졌다. 홍 시장은 개인 SNS를 통해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은 과거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김영환 충북 도지사가 가져온 막걸리를 겸한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장자로서 임시회장을 맡아 인사말을 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중앙과 지방의 협력 시대를 열자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는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 개장 이후 처음으로 진행돼 윤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설명했다.
2층 대통령실의 반대편에 배치된 (가칭) 누리홀이라는 연회장에서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가 이곳에서 열리는 첫 번째 행사"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누리홀은 아직 가칭 이지만 누리호 발사 성공에 때맞춰 작명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에겐 시종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격의 없이 대화해 주위에서도 놀라 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 때도 TK(대구·경북) 신공항을 약속해달라는 홍 시장(당시 홍 의원)의 물음에 "예 형님!"이라고 화답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선물 꾸러미도 주었다. 윤 대통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 재조정을 통해 지방정부가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스스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교통 접근 권한을 공정하게 보장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분기별 만남을 약속했다.
앞서 홍 시장도 인사말에서 "중앙 정치 수습하기도 정신없을 텐데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불러줘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대선 때 경쟁했던 홍 시장이 고향인 대구로 하방한 처지지만, 윤 대통령을 만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소탈함을 강조한 것은 이채로운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긍정보다 부정이 많이 나오는 지점이어서 더 그렇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진행된 소통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은 과거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이었다"고했다. 아울러 "각 시도의 애로사항을 모두 듣고 그 해결을 약속하는 모습은 나중에 덕담에 불과했을지라도 흡족했다. 보람 있는 하루였다"고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도 '형님'이라는 존칭을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간담회는 식전 행사로 간담회장 옆 연회장에서 10여 분간 환담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폭소가 외부로 자주 터져 나와 관심이 쏠렸다.
실제 대통령실 전속 사진에서도 강기정 광주시장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도 윤 대통령이 친근하게 대하며 손으로 팔을 치거나, 어깨를 치는 제스처를 보인 사진이 여러 장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의 이전으로 용산 시대를 연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는 중앙과 지방의 실질적 협력을 위해 손을 잡는 날이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