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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정치부 기자
장애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통상 '연민'의 감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주인공이 고통을 겪다 주변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하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2005년 개봉해 자폐 장애를 이겨내고 철인3종경기까지 완주한 배형진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말아톤'이 대표적이다.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연민의 존재로 비췄던 미디어의 변화가 생긴 걸까.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을 조금 특이하지만, 사회 안에서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묘사한다.

주인공 우영우가 자폐를 앓고 있어 사회성이 떨어진다 생각해 무시한 직장 상사가 "내가 우 변호사를 너무 편견을 갖고 판단했어. 미안해요"라며 사과하고, 발달장애 증상 중 하나로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반향어에 대해 "저랑 대화할 땐 참지 않고 말해도 괜찮아요"라고 공감해주는 직장 동료.

앞선 대사들처럼 장애는 더 이상 숨기고 극복하는 '장벽'이 아닌 다른 점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환경의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미디어는 말하고 있다. 방영 첫회 0.9%였던 드라마 시청률이 2주 만에 10배 이상 올라 9.1%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대중들도 이러한 인식 변화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 정부의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 등 누군가는 이런 행동과 정책들이 과연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런 조그마한 목소리들이 모여 사회가 장애인을 품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우영우는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