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의중을 감추고 말을 아껴오던 이 의원이 출마를 확정하면서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대진표는 친명(이재명)계 대 비(非)명으로 짜였다.
이날 두 의원의 출마기자회견 전 지지자들이 기자회견 장소인 국회 소통관 문 앞에서 후보의 이름을 부르며 세력을 과시해 친명 대 비명의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재명, 여소야대 갈등 피하지 않는 '강한 민주당' 내세워
설훈, 윤석열 정권 흠집 낼 수 없는 '강렬한 민주당' 강조
출마자격 논란 있지만 박지현 비대위원장 거취 '이목집중'
오후 2시, 설 의원보다 1시간 먼저 기자회견을 한 이 의원은 장문의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의 정치를 "이상과 가치를 잃지 않되, 현실에 기반해 열 발자국을 향해 반 발짝이라도 나아가는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중요한 이유"라고 뒷받침했다.
그는 "당 대표를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이라며 "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과 민주 당원의 뜻을 모아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당 대표 도전의 정당성을 밝혔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반사이익정치 끝내고 잘하기를 겨루는 경쟁정치로 탈바꿈', '공통공약 추진' 등의 가치와 약속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생 중심의 개혁적 실용주의로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며 경제·민생 위기에 손 놓은 3무(무능·무책임·무기력) 정권 대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현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토론·협의·조정에 최선을 다하되, 시급한 민생개혁과제라면 국회법과 다수결원칙에 따라 국민이 맡긴 입법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해, 여소야대 형국에서 갈등 국면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친명'계 의원들이 주장하는 '당원권 확대'도 약속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민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면서 전자투표 확대, 당원투표 상설화, 온라인 당원청원제, 지역위원장 중심으로 당 운영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
초미의 관심사인 '공천'에 대해서도 "제 인사 제1원칙은 사명감과 열성, 능력과 실적"이라며 "당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시스템공천 강화로 누구나 능력과 실적, 경쟁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7그룹 당대표 주자인 강병원 의원이 제시한 '당 대표 공천권 내려놓기'에 대해 묻자, 이 의원은 "누가 합니까, 그거를"이라고 말한 뒤 " 당의 훌륭한 공천 시스템, 시스템 공천을 확대 강화하는 게 바람직 하다"고 답했다.
일각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그에 동조해서 검경이 수사하는 것을 사법리스크라고 하면, 고발당하면 다 사법리스크냐"면서 "국민은 민생고로 고통받는데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불필요한 과도한 음해를 하는 것은 좀 자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훈 의원의 기자회견은 오후 3시에 진행됐다.
설 의원은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는 표현으로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했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의원이 출마를 안 했다면 설 의원도 출마를 안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6월 20일, 이 의원을 만나 간곡히 당 대표 출마가 맞지 않다, 출마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20분에 걸쳐 설명했다. 이 의원도 반박하지 않고 의견을 들었다. 나도 당의 평화를 위해서 역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끝까지 기다렸다. 이 의원의 발표를 보고 마지막에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우려보다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설 의원은 "지난달 20일, 그 자리에서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면서 "공정하게 해야 하는데, 이 의원의 것만 문제삼고, 부인과 장모의 것은 덮는다면 여론이 있어 함부로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목숨같던 청렴과 도덕성은 민주당을 향한 비아냥과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선거에 연이어 참패했는데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면서 "당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위기인 시기에) 가만히 있기엔 제가 민주당에 진 빚인 너무 크다"면서 "저는 1985년 당시 김대중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당의 원칙과 정의, 통합과 상생의 민주주의가 저를 키웠다. 저 설훈을 키워준 민주당에 은혜를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당 대표 도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설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감히 흠집 낼 수 없는 더 강렬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민생을 외면한 윤석열 정권에게는 가차없이 철퇴를 가하고, 더 낮은 곳까지 민생을 챙기는 섬세한 당 대표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연이은 패배, 갈등과 분열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면서 "예외없는 원칙, 반칙없는 상식으로 분열을 멈춰 세우겠다. 사리사욕을 철저히 차단하고 원칙과 룰을 흔드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당 대표, 뚝심있는 저 설훈만이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경인지역에 터를 둔 마지막 설훈·이재명 두 주자가 등판함에 따라 오는 28일 치러질 예비경선에는 강병원, 박용진, 강훈식, 박주민 의원 등 97그룹과 3선의 김민석 의원, 5선의 설훈 의원, 초선의 이재명 의원, 원외에서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이 후보로 나선다.
한편 '출마자격' 논란에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져 예비경선까지 박 전 위원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